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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기업 혁신 DNA 죽인다"…기업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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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소송 리스크 확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사진 경영판단 위축

기업들이 이사(사내·사외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 도입 가능성이 커지자 이사진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혁신 DNA'를 죽이는 법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사진들이 배임 소송에 휩싸일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규모 설비투자, 연구개발(R&D) 투자에 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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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 도입 시 이사진이 민형사적 제재를 받을 리스크가 커지는 점보다 수많은 주주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보고 있다. 면책 대책을 마련해도 이사진과 회사가 주주 소송에 휘말릴 경우 회사 주가와 신인도,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날 발표한 국내 상장사 153곳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법 개정안 도입 시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61.3%였다. 주주들이 주가 하락, 투자 성과, 배당 지급액 등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명분으로 법적 행동을 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기업들은 걱정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사진은 주주뿐 아니라 회사로부터 압박받을 수 있다. 주주가 배당, 주가 등을 이유로 주주 충실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항의하듯 경영진도 투자, 인수합병(M&A) 등 회사 이익이 아닌 주주 이익에 신경 쓰는 것이 맞느냐고 이사에게 따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상법 개정안 도입 시 이사진은 이사는 주주는 물론 회사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주주 충실 의무든 회사 충실 의무든 한쪽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사진들이 의사결정을 하면서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제시한 면책조항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장은 주주 항의를 받은 이사가 합리적으로 경영 판단을 했다고 인정받으면 민형사적 면책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 판단 존중 원칙'을 법으로 명문화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기 주가, 배당 지급액 등을 근거로 불특정 다수의 소액주주, 단기투자자 등이 제시하는 배임 소송의 경우 이를 제한하는 등 소송 횟수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면책조항은 아니다. 한국은 모회사 지배주주(대주주) 지분이 100%인 기업이 많은 미국과 달리 대주주나 지주회사 지분이 낮은 편이다. 대주주, 지주사와 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가 생기기 쉬운 구조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팀장은 "대주주, 지주사 지분율이 낮은 경영 환경에서 주주에게 유리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판에서 지더라도 소송을 시도해보자는 여론이 주주들 사이에서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가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가를 높이고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을 만들기도 힘들어진다. 주주뿐 아니라 외국계 헤지펀드 등 기업사냥꾼, 국민연금 등이 주주 이익에 소홀하다는 명분으로 이사진을 압박할 수도 있다.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장사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어서 최악의 경우 경영권 방어 관련 문제가 터질 수도 있다. 송 팀장은 "예컨대 회사에 부채가 많아 신규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주주들이 주장할 경우 회사는 경쟁사보다 투자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비효율적 경영을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가뜩이나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한국의 기업 장기투자 인센티브 정책은 미흡한데, 주주 압박까지 받으면 이사진들이 회사 중·장기 성장 동력을 높이는 과감한 설비투자, 연구개발(R&D) 활동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 팀장은 "기업 주가를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단기주가 부양책으로 올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기업의 '혁신 DNA'는 떨어지게 돼 있다"며 "오너가 아닌 이사진들이 리스크를 지기보다 재무성과, 배당 증액을 통해 주주들에게 경영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럴 경우 기업들은 헬스를 열심히 해서 몸매는 좋아졌지만 정작 내부 신체 기관은 약해져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처럼 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인위적으로 성장 기업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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