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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열세’ 英총리, 7월4일 조기총선...도박 통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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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권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취임 2년도 채 되지 않아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높은 제1야당 노동당이 조기 총선을 요구해온 가운데 나온 깜짝 발표다. 현지에서는 "수낵 총리의 마지막 도박"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수낵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7월4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금은 영국이 미래를 선택해야 할 때"라며 "전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보수당이 국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는 5월30일로 해산되며 6주간의 선거 캠페인도 본격화된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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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총선 깜짝 발표, 왜?

수낵 총리의 조기 총선 발표는 집권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깜짝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조기 총선을 촉구해온 노동당과 달리, 수낵 총리는 이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의회에 출석한 이날 낮만 해도 총선 시기에 대한 질문에 기존처럼 "하반기"라고만 답했다.

현행법상 영국의 다음 총선은 내년 1월28일까지 치러져야 한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10~11월이 유력 시점으로 점쳐졌으며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낵 총리가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가능한 한 총선 시점을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번주 공개된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을 21%포인트 앞서고 있다. 또한 일종의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이달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은 보수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 가운데 수낵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 최근 개선세를 보이는 영국 경제를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유권자들에게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경제 회복세를 호소함으로써 열세인 판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우리는 함께 혼란을 멈출 수 있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으며, 영국을 재건하고 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수낵 총리는 특히 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다른 주요7개국(G7)보다 더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키는 "두 가지 주요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총리로서 앞으로도 미래 성공의 기반이 되는 경제적 안정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다수의 유권자가 불만으로 꼽아온 순이민 규모를 줄이기 위한 정부 정책도 부각하고,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향후 몇년 간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보수당의 방침도 재확인했다.


직후 수낵 총리는 첫 선거 캠페인 자리에서도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세금을 2000파운드 인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보수당의 분석을 인용한 것이며 노동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한 부분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짚었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보수당 관계자들을 인용해 "수낵 총리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과 논의에서 올가을까지 기다리는 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 배경에는 경제에 관한 희소식이 보수당을 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인 상황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인기가 더 떨어지기 전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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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마지막 도박" 현지 반응 보니

현지에서는 영국 총리의 도박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선거전문가 존 커티스는 조기총선 발표 직후 더타임즈 기고를 통해 "엄청난 도박을 했다"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평균적으로 노동당에 21%포인트 뒤처져있으며, 수낵 총리의 취임 후 노동당은 단 한 번도 15%포인트 미만으로 이 격차를 좁힌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커티스는 앞서 노동당이 차기 정권을 쥘 가능성을 99%로 제시했던 인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오피니언 기사를 통해 "갈 길 먼 영국 총리의 마지막 도박"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그의 정치적 약점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박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없다"면서 "(이날 내린)비조차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길한 조짐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 역시 "큰 도박"이라며 "흠뻑 젖은 수낵 총리가 작별 투어를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뉴스테이트맨은 일부 보수당 의원들이 조기 총선 발표에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일부는 수낵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제출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총리실은 가을까진 선거가 없다는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냈었다"면서 "의원들이 '끔찍한 생각' '이상하다' '이해가 안 된다' '그가 포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23일자 영국의 주요 신문 1면을 살펴보면 쏟아지는 비를 맞아 홀딱 젖은 수낵 총리의 모습과 함께 "수낵 총리가 여론조사로 도박을 한다(텔레그래프)", "익사 그리고 퇴장(Drown&out, 더 미러)", "대홍수(The deluge, 스펙테이터)" 등의 제목으로 도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낵 총리는) 우산을 살 여유가 없나", "비가 오는 걸 알면 보통 나가질 않는다" 등 조롱조의 글들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에는 큰 여파가 없다. 영국 파운드화는 수낵 총리의 발표 이후 0.2% 상승한 1.27달러선을 유지하며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국채금리 역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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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수당, 집권당 자리 지킬까

조기 총선을 통해 집권당 교체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현재 보수당의 낮은 지지율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불법이민 급증 등을 둘러싼 영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날 수낵 총리의 연설 중후반에는 보수당에 반대하는 운동가가 영국 그룹 디림의 '싱스 캔 온리 겟 베터'(Things Can Only Get Better)를 크게 틀어 연설을 방해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는 과거 노동당이 1997년 압승할 때 총선 주제가로 사용한 곡이다.


노동당은 지난 14년간 물가가 치솟고 치안이 위험해졌으며 공공 서비스에 위기가 왔다면서 정권 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수낵 총리의 발표 직후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보수당 집권 14년을 거쳐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다"면서 "혼란을 멈추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오는 7월 조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영국은 8년간 무려 6명의 총리를 맞이하게 된다. 수낵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 테리사 메이(2016∼2019), 보리스 존슨(2019∼2022), 리즈 트러스(2022) 총리에 이어 2022년 10월 취임했다. 앞서 존슨 전 총리는 스캔들로 사임했으며 트러스 전 총리는 재정정책 실책으로 불과 49일만에 물러났다.


노팅엄대학교의 스티븐 필딩 명예교수는 "여론조사가 증명했듯, 유권자들은 보수당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조기 총선이 (보수당이) 긍정적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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