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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金사과 해결책, 수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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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전세계 과일 감소
안정적 국내 생산기반이 해답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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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과는 옛말이고 애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연일 사과가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한 기상 악화로 수확기부터 사과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수급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면 7월 말 청사과가 출하되기 전까지 사과 가격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여년 전 직장암 수술을 받으신 이래로 '아침에 사과는 금'이라며 매일 사과 1개를 꼭 챙겨 드시는 필자의 어머니도 요새는 사과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못난이 사과일지언정 여전히 구매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유아와 여성, 장년층의 사과에 대한 수요는 그 강도에서 다른 농산물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과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에서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지금 당장 사과를 수입하면 저렴한 수입 사과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형성된 듯하다. 그러나 과일 가격 강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상기후로 인해 전 세계의 주요 과일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엘니뇨 영향으로 작년 오렌지 생산량이 전년보다 10~15% 감소했고, 잦은 강우로 필리핀과 칠레의 바나나, 포도 등 작황도 예년 같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는 사과 시장을 개방해야 할까. 시장이 개방된다면 당장은 사과를 값싸게 소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할 것은 '국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느냐'다.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수출국의 생산 여건에 따라 사과 공급이 좌우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사과 생산이 39만t으로 전년 대비 30.3% 급감하기는 했지만 바로 직전 해인 2022년은 평년보다 15%나 높은 생산량을 기록했고 평년 기준으로 사과는 수요 이상이 생산된다. 일시적인 가격 상승에 시장 개방으로 대응하자는 것은 너무 섣부른 결정으로 보인다.


사과와 배, 복숭아 등이 수입되지 못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외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국내에 수입되기 위해서는 식물방역법에 따른 까다로운 8단계의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바로 국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외래 병해충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확산한 소나무재선충과 2015년에 국내에서 발생이 시작된 과수화상병 사례를 살펴볼 때 외래 병해충이 수입 사과를 통해 유입될 경우 국내 과수 농가 전체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현재 수입되고 있는 오렌지, 포도, 바나나, 망고 등 30여개의 농산물은 모두 8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쳤다.


지금 당장 사과를 수입하자는 것은 그동안 엄격한 검역을 통해 지켜온 국내 토종 과수 생산 기반을 포기하자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사과 가격이 높아 소비하는 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필자는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국내 생산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이미 다축형 과원으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고 있는 주요 과수 선진국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정적인 과수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지속가능하며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인내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 애플레이션의 흥분이 조금 진정된 상황에서, 사과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내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기후변화에 맞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국산 사과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소중히 지켜주는 선택을 지지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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