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아랍계 미국인 많이 거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서
바이든 행정부에 경고
"승리가 무색해질 수 있다." "아랍계 미국인들과 젊은 유권자들이 깊은 분노와 배신을 표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27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실시된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 표가 쏟아지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에 반발해 일종의 경고에 나선 여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현재 42% 개표 상황에서 80.7%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사실상 주요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예상대로의 압승을 거둔 것이다. 다만 이번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여부가 아닌, ‘지지 후보 없음’ 표다. 아랍계 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시간에서는 그간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지원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지지 후보 없음’ 투표 운동이 진행돼왔다. 이에 따라 이번 프라이머리가 아랍계의 민심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져왔다.
현재 개표율 42% 상황에서 '지지 후보 없음' 표는 무려 13.5%, 5만2000표를 넘어섰다. 이는 당초 해당 캠페인을 추진한 ‘리슨 투 미시간’이 목표로 한 1만표를 몇 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과거 2016년 대선 당시 미시간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긴 격차가 1만1000표였다.
이날 결과는 미국내 무슬림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을 전면적으로 지지·지원해온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고스란히 확인시킨다는 평가다. 대선 승패를 결정짓는 주요 경합주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미시간주는 지역 내 무슬림 비율(2.4%)이 미국 전체(1.1%)의 배 이상이다. 특히 이들 무슬림 유권자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승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지지층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지도자들이 아랍계 미국인, 이슬람교도 인구가 가장 많은 미시간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두고 걱정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은 3만명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에 깊은 분노와 배신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 가디언 역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프라이머리에서 주요 경쟁자가 없다"면서 "아랍계 미국인들과 젊은 유권자들의 반발로 그의 승리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캠페인을 이끄는 리슨 투 미시간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가자지구 내 대규모 인명피해를 규탄하고, 미국의 대이스라엘 군사 원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리슨 투 미시간의 레이야 에라베드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미시간을 놓칠 위험이 있다"면서 "프라이머리 이후의 숫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만큼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기존 친이스라엘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아랍계와 진보 진영의 표심을 달랠 수 있는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지나치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평가다. 앤디 레빈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같은 날 미시간에서 동시에 치러진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상대로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56% 개표 상황에서 67.5%의 득표를 얻으며 경선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유일하게 남은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지지율은 27.3%로 이에 못 미친다. 다만 이는 당초 예상보다는 적은 격차로, 그만큼 당내 반(反)트럼프파가 30% 가까이 견고함을 시사한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대선에서 리턴매치가 확실시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르면 3월 중순께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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