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라진 '자살예방 문구'…과학적 검증은 없었다[한강다리 SOS]
④근거없이 철거된 자살예방문구
2021년 자문회의서 부작용 가능성 제기
객관적 수치·데이터 통한 검증 과정 없어
2021년 한강 다리 '자살 예방 문구'가 삭제될 당시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극단적 선택=한강 다리'라는 각인 효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해마다 늘어나는 한강 투신을 막으려면 다양한 정책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아시아경제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한강대교 생명의 다리 자문회의 결과 보고’에 따르면 2021년 3월2일 오후 서울시 본관 8층 회의실에서 서울시 교량안전과 3인과 서울시정신건강심의위원회·중앙심리부검센터·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한국자살예방협회·서울시자살예방센터 소속 자문위원 5인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는 서울시의회가 한강대교 자살 예방 문구 삭제 추진에 대해 효과 유무 재검증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자문단을 구성해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자문단은 자살 예방 문구의 효과가 작고,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자문 의견에는 “문구·시구 등 주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기존에 설치된 문구들은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제거해야 한다”, “문구가 자살 감소에 효과적이었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타 연구에서는 자살을 조장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심리적 안정 메시지에 대한 효과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구 유지보다는 삭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살 예방효과가 있다고 할 근거가 없고 불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자살시도자에게 효과성을 높이는 예방 문구를 특정하기 어렵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자살 예방 문구의 부작용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객관적 수치나 데이터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2019년 마포대교, 2021년 한강대교의 자살 예방 문구를 모두 없애고 안전난간을 설치했다. 자살 예방 문구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다. 2012년 마포대교에 처음 시민 공모를 받은 문구를 써넣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했다.
한강대교에는 2013년 자살 예방 문구가 새겨졌고, 성악가 조수미, 배우 하정우, 가수 이효리, 체조선수 손연재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2015년 투신 방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고 '수영은 잘해요?' 등 일부 논란을 빚은 문구가 제거됐다.
자살 예방 문구 삭제를 추진한 근거는 한강 다리에서의 투신 시도자 증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라면 현재의 안전난간 등도 마찬가지로 정책적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한강 투신 건수는 2018년 430건, 2019년 504건, 2020년 474건, 2021년 626건, 2022년 1000건, 2023년 1035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마포대교와 한강대교의 경우 자살 예방 문구 제거 이후에도 투신자가 줄지 않고 있다. 마포대교는 2018년 155건에서 2022년 255건으로, 한강대교는 같은 기간 60건에서 105건으로 증가했다.
2020년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한양대 산학협력단이 시행한 '교량 자살 예방 시설 권고안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정진욱 교수)에서는 ▲최소 2.8m 이상의 난간·펜스 등 물리적 차단 시설 ▲CCTV·적외선 및 레이더 장치 등 감시·감지 장치 ▲경보음·경보 방송 스피커·경보등 ▲상담 전화·비상벨·수난 인명 구조 장비 ▲자살 예방 간판 및 문구 ▲심리적·정서적 지지를 위한 문화예술 시설 ▲형광막 등 조명시설 등 정책 패키지 등을 권고했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교량 진입부와 투신이 주로 발생하는 구간에 자살 예방 간판을 설치해야 한다”며 “일부 교량에 설치됐던 문구가 예방 효과가 부족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완전히 폐지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문구를 고안해 설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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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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