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항해하는 K조선]"뱃머리 선실은 첨단기술의 상징…화물적재도 늘렸다"
윤원준 HD한국조선해양 자동화연구실장
엔진룸 모니터로 원격관리…거주구 선수로 옮겨
"자동화, 초격차 스마트 조선소 출발점"
지난 1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선 세계 첫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에서 수주한 18척 중 세 번째 선박이다.
특이하게도 이 선박은 선원들이 거주하는 공간인 선실이 뱃머리에 있다. 초대형 선박 중에 이런 형태의 선박은 처음이다. 대형 화물선은 선미에 터빈, 엔진, 보일러 같은 주요 선박 기기가 들어가는데 선원들이 실시간으로 정비·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거주공간도 선미에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선미에 거주구가 있으면 선박 운항 중 시야를 확보해야 하는 국제 안전 규정상 일정 이상 컨테이너를 싣지 못하고, 적재 무게·중량·높이도 제한된다. 선두에 선실을 설치하는 문제는 조선업계의 오랜 과제였다.
HD현대중공업이 뱃머리에 선실을 설치할 수 있었던 건 HD한국조선해양의 원격제어 등 자동화 기술 덕분이다. 선원이 실시간으로 엔진룸을 오가면서 설비를 관리하는 대신, 모니터를 통해 원격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짐도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윤원준 HD한국조선해양 자동화연구실장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거주구를 선수로 옮기면서 컨테이너 적재 용량을 늘렸고 운항 가시성도 높였다"며 "컨테이너선 형태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은 일로 많은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걸 가능하게 한 건 세계 1등 설계 기술력과 자동화"라고 했다.
윤 실장은 "PC와 모니터 혹은 노트북만 있으면 사무실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며 "언제든 클릭 한 번으로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시스템을 모두 연결해 울산 조선소 작업을 분당 HD현대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전자회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부터 ‘2030년 초격차 스마트조선소(Future of Shipyard, FOS)’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조선소를 디지털 조선소로 탈바꿈해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하고 안전한 작업장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끝냈고 올해 2단계 ‘데이터연결-예측하는 조선소’에 돌입했다. 2027년부터 3단계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축해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조선소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윤 실장은 1999년 HD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25년간 자동화 한 우물만 팠다. 올해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도 받았다. 도장(부식을 막기 위해 페인트 등을 칠하는 것) 공장에서 나오는 공기 중의 인체유해물질을 제거하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저감장치와 통합관제 시스템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8년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5만㎥를 넘는 대규모 도장공장은 VOCs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윤 실장이 개발한 VOCs 저감장치는 도장공장 위치별로 원하는 곳에 설치할 수 있고 부분 모드 가동이 가능해 에너지를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로컬 관제센터, 부분 야드관제센터, 통합관제센터 총 세 곳에서 클릭 하나로 전원을 움직여 장비를 관리한다. 윤 실장은 "다른 공정으로 한 단계씩 넘어갈 때마다 선주에게 품질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VOCs 저감장치와 관제시스템이 적용된 도장공장은 검사 없이 바로 통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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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비용은 도장공장 한 곳당 약 150억원이다. 용적 기준 5만㎥ 이상인 도장공장이 14개다 보니 합치면 2000억원을 넘는다. 윤 실장은 "자동화도 결국 시간과 돈이 드는 시설투자라서 경영진이 밀어붙이지 않으면 구현하기 어렵다"며 "현대그룹 정신인 ‘해봤어?’가 불가능하게 보이는 숱한 기술적 어려움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이 ‘실패해도 괜찮다, 그래도 해봐라’고 믿어주는 조직력 또한 강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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