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정보공개 규정 강화
미 SEC 우회상장에 급제동
영업익 등 추정치에 법적 책임
"자금 조달 길 막혔다" 우려도
일부 부정적 인식 해소 기대감도

[글로벌포커스]심사 까다로워진 '스팩', 돈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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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증권당국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한 우회 상장에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교적 간편한 절차로 스타트업이 증시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 스팩에 인수될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준하는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금리에 돈을 쓰지 않는 벤처캐피털(VC)이 많아진 가운데 현지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하나의 자금 조달 경로가 막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로 인해 스팩 상장 기업의 장밋빛 전망이 어긋나 투자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올해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스팩 시장이 전처럼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美SEC, 스팩 상장에 제동…상반기 발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4일 스팩 합병에 대한 정보공개 강화 규정을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피인수 기업이 스팩을 통해 증시 입성을 하기 위해서는 IPO에 준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사실상 기업이 내놓는 매출 및 영업이익에 대한 추정치에 더 많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 규정은 4개월 후 발효될 예정이다.


스팩은 오로지 인수합병(M&A)을 위해 상장하는 페이퍼 컴퍼니다. 스팩에 인수될 비상장 기업은 최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IPO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절차를 간소화해 증시에 데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다 할 호실적이 없는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 목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상장 방법 중 하나다. SEC의 규정이 적용된다면 실적에 대한 예측치와 향후 성장동력을 제시하는 법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스타트업으로서는 자금 조달의 한 선택지가 사라진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스팩 붐은 코로나19 대유행기 때 정점을 찍었다. 초저금리가 낳은 유동성으로 스타트업 창업 열기가 뜨거워진 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로지 기대감만으로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밈 주식' 열풍까지 더해지면서다. 2020년과 2021년 861개의 스팩이 조달한 자금만 총 2460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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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부작용…프로테라·위워크 결국 '파산'

하지만 코로나19가 유발한 유동성의 결과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반전됐다. 상당수 스팩 합병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하거나 파산 신청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스팩 합병의 느슨한 규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우선 기업 부풀리기가 심각했다. 미국 수소전기트럭 제조업체 하이존모터스는 2021년 2월 당시 2023년까지 3000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11월 생산 차량 수는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보험 데이터 분석 업체 MSP 리커버리는 2021년 스팩 계약이 발표됐을 때 2023년 순이익 전망치를 6억3000만달러 이상이라고 내다봤으나 지난해 9월까지 6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스팩 시장 조사 업체 스팩인사이더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합병이 완료된 401곳의 스팩 중 주가가 상승한 곳은 27개(6.7%)에 불과했다. 핀테크 기업 소파이 테크놀로지스와 전기차 업체 루시드는 주가가 고점 대비 각각 70%, 94%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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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도 이어지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미국증시에 상장된 스팩 합병 기업 중 최소 21곳이 그런 경우다. 한때 전기버스계의 테슬라로 평가받던 프로테라, 공유오피스의 선두주자 위워크가 대표적이다.


스팩 피인수 기업은 시장 점유율이나 사업성 면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자 관심을 끌었지만, 지나고 봤을 때 성공 가도를 달린 스팩이 드물었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과거 재무 결과를 보고하는 일반적인 IPO와는 달리 청사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상장하는 스팩의 폐해가 드러난 셈이다. SEC는 이번 규칙 적용 이유를 두고 소액 투자자 보호를 내걸고 있다.


이제 스팩 기업들도 틀린 예측치를 내놓을 경우 주주 등으로부터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예측치를 신중히 작성해야만 한다. 블룸버그는 “스팩 붐이 한창이었던 코로나19 시기를 돌이켜보면, 스팩 합병 기업들이 그렇게 자산 가치를 낙관적으로 얘기 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적어도 이번 규정이 시행되면 스팩 합병 기업의 무분별한 고평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껍데기만 남았다" 암울한 스팩 시장

스팩 상장으로 혜택을 본 기업도 존재한다. 일례로 미국 온라인 전문 스포츠 베팅 업체인 드래프트킹스는 2020년 스팩 상장 후 지금까지 주가가 약 4배 뛰었다. 마찬가지로 스팩 상장한 제약업체 문레이크 이뮤노테라퓨틱스는 2022년 증시 데뷔 이후 점유율이 약 4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규제로 이 같은 기업들이 앞으로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고금리 탓에 칼바람이 불고 있는 스팩 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샤 로드리게스 조지아대학 법학대학원 기업법 교수는 "SEC의 최종 규칙대로라면 스팩 시장은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스팩의 장점인 기업의 성장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막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촉발한 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자금 경색도 우려된다. 스팩 시장의 한파에도 AI 분야 스타트업의 스팩 우회 상장 시도는 계속돼왔다. 주요 외신들은 일부에선 SEC의 규칙에 반발하는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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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부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계기로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게 되는 긍정적인 계기일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브라운 기븐스 랭 앤 코의 자본 시장 공동 책임자인 데이비드 코흐는 "새로운 규칙이 단기적으로 스팩 수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미래에 좀 더 검증된 회사들이 스팩을 통해 공개된다는 점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느슨한 규제와 속전속결 전성시대에서 너무 많은 부실기업들이 상장됐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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