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낸 코미디언 양세형 "어릴 때 배운 가장 예쁜 말로 썼다"
코미디언 양세형 시집 출간 '별의 길'
코미디언 양세형이 시집을 냈다. 제목은 ‘별의 길’. 그간 시심(詩心)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으나, 우연한 계기로 방송에서 시 ‘별의 길’을 공개하면서 시집까지 발표하게 됐다. 어린 시절, 경기도 동두천의 논, 밭 산속을 누비며 채집한 날 것의 감정을 단어를 조합해 글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어릴 적 도배 일을 하셨던 어머니가 가져오신 도배지 뒤에 썼던 시들은 화재로 소실되고 없지만, 다시 쓴 88편의 시를 시집에 담았다. 88이란 숫자는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양세형이 얻은 점수이기도 하다. 400점 만점에 88점. 그는 시집 서문에 “사람도 삶도 여전히 답을 알아맞히기가 너무 어렵다”며 “88편의 글을 용기 내 담아본다”고 적었다.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간담회에서 양세형은 시는 “어린 시절 별이 빛나는 동두천 골목에 누워서 했던 재미난 놀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름답고, 멋있고 슬픈 감정이 떠오를 때 머리로 정리가 잘 안 되던 게, 글로 쓰니 잘 정리가 됐다”고 했다. 백일장에 나가서 상을 받은 적은 없지만 “‘이거 누구 거 베낀 거냐’며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양세형은 “시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에게 시는 놀이이자 삶의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였다. 시집에는 힘든 시절에 쓴 시도 담겼는데, 양세형은 “예전에 진짜 일이 안 풀려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을 때 안 좋은 생각을 높은 오피스텔에서 아래를 보며 쓴 시가 있다”며 “독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시로 쓰면서) 인정하니 마음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본인에겐 너무나 소중한 시지만, 단편적으로 온라인에 공개할 경우 평가하는 날카로운 말들에 시 쓰기가 두려워질까 봐서, 쓴 시를 잘 모아서 시집으로 출간했다고 했다. 그는 “요즈음 시를 쓴다고 하면 비아냥거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감정을 느끼는 데 글(시)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시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코미디언의 삶, 일상을 쉬운 언어로 담아냈다. 쉽게 잘 이해된다는 평가에 양세형은 “제가 아는 말 중에 가장 똑똑한 말로 쓴 건데 그게 쉬운 말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사실 어릴 적 배운 단어들이 가장 이쁘더라. 어른이 될수록 배우는 단어가 어려워지고 힘이 들어가더라. 시집에는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썼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쓴 시 중엔 ‘아빠가 해주는 삼겹살김치볶음 먹고 싶어요’를 가장 애정하는 시로 꼽았다. “오늘은 약속을 취소해야겠어요/계속 보고 싶어서/눈을 뜰 수가 없네요//저를 그렇게 보고 싶어 눈을 감았나요?” 양세형은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아빠 이거 시집 13800원인데 특별히 10000원에 드릴게요라고 농담할 것 같다”며 “아버지께서 ‘잘 썼다’ 뭐 그런 말은 안 하셨을 것 같지만, 항상 제 옆에 제 시집을 놔두셨을 것 같다”며 그리움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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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시 외에 에세이로도 독자를 만날 계획이다. 양세형은 “개그맨 이미지와 다르게 봐주길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까부는 모습만 있는 건 아니구나. 진중한 모습도 있네,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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