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한국 것 명확히해야"
일본 정부가 도쿄 한 사찰에 남아 있는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고 밝힌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의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4일 서경덕 교수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이 최근 추진 중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해 지적하며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기원한 기록물에 대해 등재 신청하는 것도 가능해 일본의 등재 추진 자체를 막을 명분은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할 후보로 도쿄 사찰인 조조지(增上寺)가 소장한 '불교 성전 총서 3종'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선정했다.
조조지 '불교 성전 총서 3종'은 중국 남송 시대(12세기)와 원나라 시대(13세기), 한국 고려 시대(13세기) 때 대장경 목판으로 찍은 불교 인쇄물로 일명 고려대장경으로 불린다.
이 고려대장경은 '불심으로 국난을 타개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목판은 해인사에 소장돼 있고, '팔만대장경'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 인쇄물은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집해 조조지에 기증한 것"이라며 "많은 대장경이 왕조 변천과 전란으로 흩어져 없어진 가운데 15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3개 대장경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며 등재 추진 배경을 전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불교 성전 총서 3종'이라는 명목하에 세계인들이 마치 기원을 일본 불교로 오해하지 않도록 '고려대장경은 한국의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도록 끝까지 확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 교수는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본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등재 후보로 올렸다는 것"이라며 "전쟁 책임 관련 기록은 배제하고 피해만 부각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끝까지 살펴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논란 속 등재됐던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
일본은 지난 2015년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려 나가겠다고 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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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일본이 한 차례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려 나가겠다고 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처음 등재를 시도할 당시에 한국에선 당연히 조선인의 뼈아픈 강제 동원의 역사가 묻어 있는 하시마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려선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했음에도 결국, 한-일 양국 간의 피 말리는 외교 협상 끝에 일본 정부가 이들 시설에서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노동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한국이 등재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타협이 이뤄졌다.
1979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부정적인 유산도 세계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설득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따라 2015년 7월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토 구니 주 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군함도 등 일부 산업시설에서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로 노역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인포메이션센터 설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실제 도쿄의 인포메이션센터가 공개된 뒤 일본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다시 부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또다시 '불교 성전 총서 3종'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하자, 한국 불교계를 비롯해 역사학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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