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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스테이크가 좋아" 日 세대간격 좁아지는 '소령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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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대 입맛 비슷…고령자도 '팬 활동'
연령별 라이프스타일 경계모호…소비시장 변화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는 최근 가치관이나 기호에서 세대차이가 점차 줄어드는 이른바 '소령화(消?化·쇼레이카)'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연령·성별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소비시장도 이에 맞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조사기관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 20~30년간 일본 사회는 점차 세대 차이가 줄어드는 소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소령화연구소에서 소령화를 설명할 때 쓰는 사진. 오른쪽부터 20대, 30대 순서로 제일 왼쪽이 60대다. 패션 등 외형으로 세대를 판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사진출처=소령화 연구소 홈페이지)

일본 소령화연구소에서 소령화를 설명할 때 쓰는 사진. 오른쪽부터 20대, 30대 순서로 제일 왼쪽이 60대다. 패션 등 외형으로 세대를 판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사진출처=소령화 연구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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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햄버그스테이크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좋아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2년 20대 후반은 61%였던 반면, 60대는 2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뒤 2022년 20대 후반과 60대의 차이는 20%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연구소는 10년이 더 지난 2032년에는 두 세대 차이가 7%포인트로 대폭 좁혀질 것이라 추산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생활 의식에 관한 질문 990개를 조사한 결과, 2002년부터 2032년까지 세대 차이가 줄어드는 항목은 총 147개로 차이가 벌어지는 17개 항목을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시데라 슈조 연구소장은 "소령화는 불가역적인 흐름이 됐다"며 "일본 인구가 1억명을 밑도는 2050년에는 세대 차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중심이지만 이 시기 65세 이상에 접어드는 현재의 중장년층도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니케이는 세대간 문화적인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로 삶의 방식과 연령간의 연관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취직, 결혼, 출산 등을 특정 나이에 맞춰 시작하는 이른바 '생애주기'가 깨지기 시작하면서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격차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1975년 25세에 첫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 비율이 16%였지만, 2020년의 경우 29세에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니케이는 "40대에 처음 결혼하는 사람도 있고, 출산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손자에게 둘러싸이는 사람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의료 기술의 진보로 계속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건강한 고령자가 늘어난 것, 현재의 중장년층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것도 차이를 좁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소령화에 따른 소비문화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Z세대 유행어로 떠오른 '카이와이(界?)소비'가 그 예다. 한국에서는 '영역 소비'로 번역하는데, 비슷한 연령대에서 공통으로 유행하는 것을 따르기보다는 개별 영역에서의 소비를 추종하는 현상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소비가 세분화되는 것을 뜻한다.


이에 3040이 같은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020 팬들과 섞여 교류하고, 때로는 카페에서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니케이는 언급했다. 나이나 소속보다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산토리 'Be 서포터즈'에 참가한 할머니. 일본 J-리그에서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부채를 들고 있다.(사진출처=산토리 홈페이지)

산토리 'Be 서포터즈'에 참가한 할머니. 일본 J-리그에서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부채를 들고 있다.(사진출처=산토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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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비자 특성이 바뀌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이나 마케팅 방식도 여기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일본 산토리 그룹은 100세 시대 고령자의 심신 건강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Be 서포터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령자에게 젊은 세대가 즐기는 팬 활동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세대 간 이해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유니폼을 입고, 주말 시합 응원에 나가는 등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프로젝트인데, 큰 인기를 얻어 현재는 연 약 6000명의 고령자가 일본 축구 J-리그의 팀 응원에 참여하고 있다.


편의점 로손의 경우에는 5년 전부터 계산대에 쇼핑객의 성별과 나이를 기록하는 버튼을 없앴다. 더 이상 연령이나 성별로 소비자 특성을 나누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재는 가치관 등으로 나눈 9개의 소비자상을 토대로 소비자 니즈 분석에 나서고 있다.


니케이는 "소령화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올 예정"이라며 "나이와 속성에서 해방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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