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긴축에…유로존 기업대출, 8년만에 첫 감소
10월 비금융기업 대출, 전년比 0.3% ↓
기술 스타트업 올해 자금조달도 반토막
민간기업 신용경색에 3분기 성장률 -0.1%
유로존 기업대출이 지난달 8년만에 처음 감소했다. 사업 운영과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기업들도 증가했다. 중앙은행의 1년여에 걸친 고강도 금리인상에, 유로존 민간기업들의 자금줄이 말라가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올해 10월 유로존 비금융기업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연율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비금융기업 대출이 줄어든 것은 8년여 전인 2015년 7월(-0.1%) 이후 처음이다.
ECB가 지난해 7월부터 금리를 10회 인상해 0%였던 금리를 4.5%까지 끌어올리고 시중은행들이 대출 요건을 강화하면서 민간기업들의 대출이 줄었다. 유로존 비금융기업 대출 증가율은 금리인상 두 달 후인 지난해 9월 8.9%로 정점을 찍은 뒤 10월부터 둔화해 올해 9월 0.2%까지 내려왔다. 이어 한 달 뒤인 10월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기록했다.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로존 총통화량(M3)도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 지난 7월부터 넉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유로존 기업들의 대출 접근성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ECB가 기업 1만150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4~9월 은행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전체 응답자의 5%로 나타나 이전 조사(4%)대비 1%포인트 늘었다. 사업 운영과 부채 상환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기업 비율은 같은 기간 6%에서 9%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했던 2020년(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신용 경색의 파고는 기술 스타트업 업계에도 덮쳤다. 영국 벤처캐피털(VC)인 아토미코에 따르면 올해 유럽 기술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액은 450억달러로 지난해(820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의 신용 공급이 급감한 데다, 유로존 기술 스타트업의 큰손인 미국 투자자들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여파로 해외 투자 여력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럽 스타트업이 조달한 자금 중 미국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39%에서 올해 25%로 감소했다.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으로 민간기업 신용이 위축되면서 유로존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0.1% 하락했다. 전문가 예상치(0%)를 밑도는 수치다. 덴마크 은행인 단스케 방크의 피에트 크리스티안세는 "민간 부문에 대한 신용 둔화는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시행 전과 유사한 취약한 대출 역학을 앞으로 마주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ECB는 유로존 기업대출이 급감하자 민간대출 확대를 위해 시중은행에 초저금리로 대출하는 TLTRO를 2015년부터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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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으로 인한 유로존 경기 둔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7일 유럽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올해 3분기 유로존 실질 GDP가 소폭 위축된 것은 금리 인상, 해외 수요 약화,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추진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유로존 경제 활동은 올해 남은 기간에도 여전히 침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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