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덩이 재정적자에도 경고는 0건…"지자체 건전재정 지표 유명무실"
2011년 지자체 건전재정 감시지표 도입했지만
통합재정수지적자비율 주의 지자체 0곳 불과
"지표기준 과대설정 됐다, 전면 검토 필요해"
지표 보완해보니 지자체 수십여곳 재정 '흔들'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제도 도입 이후 10년간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면 ‘주의’나 ‘위기’ 조처가 내려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헐거운 규정 때문에 대다수 지방정부가 건전한 것처럼 조사됐다. 재정전문가들이 적절한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한 결과, 실제로는 지방자치단체 수십여곳의 재정이 위태로웠다. 정부는 제도 허점을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2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는 지방 건전재정 장치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지방재정학회가 작성해 지난 9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제출됐다.
정부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자체 재정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 감독에 활용하는 지표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 예산대비 채무비율, 채무상환비 비율, 지방세징수율, 금고잔액비율, 공기업 부채비율 등 6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심의를 거쳐 경고한다. 재정의 건전성·효율성이 떨어지면 ‘재정주의단체’, 재정위험이 심각하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한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비율로 경고를 받은 지자체는 2011년 제도 도입 이후 2021년까지 0곳이다. 해당 비율이 25% 이상 30% 미만이면 주의를 주고 30% 이상이면 위기조치를 내려야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가 10% 미만에 해당했다. 심지어 2020년을 제외하면 전국 평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사실상 규제효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예산대비 채무비율의 경우 주의 지자체는 2017년 1분기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위기 지자체도 2013년이 마지막이다. 채무상환비율과 금고잔액비율로 주의를 받은 지자체도 각각 2013년 1곳뿐이었고, 공기업부채비율 주의 지자체 역시 2013년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지표 보완하니 지자체 수십곳 재정 위태…"대안 검토 단계"
보고서는 “지표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행 지표로 (지자체가) 주의단계에 지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표 기준이 과대 설정된 탓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향후 지방정부의 건전재정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연구진들이 의무지출 등을 활용해 새로운 지표로 지방재정을 들여다보니 지자체 수십여곳이 주의나 위기에 해당했다. 자체세입 대비 사회복지비비율로 보면 2012~2022년 주의 지자체는 67곳, 위기 지자체는 26곳이었다. 자주재원 대비 경상지출 비율의 경우 주의가 111곳, 위기가 26곳으로 집계됐다. 가용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주의 21곳, 위기 16곳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지방정부는 지방채 발행을 재개하는 등 재정을 확충하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세수가 급감한 데다 중앙정부의 교부금까지 줄어들어서다. 전라북도는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지방채 30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고, 인천시는 지방채 발행 규모를 올해 165억원에서 내년 2605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지자체 채무는 2018년 24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021년 36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제도의 허점을 인식하고 지표 기준을 옥죄거나 보조지표를 추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자체 재정력 강화는 윤석열 정부의 120대 과제인데 현행 제도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관계부처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위기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지방의 입장에서도 제도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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