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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재정 건전성의 그늘, 노인 고통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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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재정 건전성의 그늘, 노인 고통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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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며 긴축 재정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긴축재정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를 들었다. 10월 29일 토머스 헬브링 IMF 아태 부국장은 "한국의 재정 건전화 정책의 의도와 행동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며 "현재 한국의 국가채무 수준은 전반적으로 적정하고 (이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정 건전성 문제는 이념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의 부담 배분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런 점에서 다음 세대에 빚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은 백번 지당하다.


다음 세대에 빚을 넘겨 돌이킬 수 없는 부채의 늪에 빠진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사회복지지출의 대 국내총생산(GDP) 비율은 1995년 13.87%에서 2000년 16.09%, 2020년 24.9%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재정적자의 비율은 94.7%에서 2000년 132.8%, 2020년 257%로 높아졌다. 그 결과 국채 이자가 중앙정부 예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사회복지지출 확대에도 일본의 66세 이상 상대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계층)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건전재정 원칙을 고수하고 사회복지지출을 대폭 확대하지 않았다면, 현재 일본 사회의 경제의 모습을 어떻게 됐을까.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대 GDP 비율은 2022년 현재 14.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1%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은 물론 꼴찌에서 다섯 번째다. 재정적자의 GDP 비율은 54%로 OECD 평균 89%(2021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있다. 문제는 노인빈곤율이 0.40(2020년)으로 일본의 배이고 OECD 최고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령층에게 ‘각자도생’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령층에 대한 사회복지지출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2040년 고령층의 상대 빈곤율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예상하기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 정책은 현재는 맞고, 미래에는 틀린 정책임에 명백하다.


재정건전성 정책의 이면에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한 거시경제 조정기능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부문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1분기 0.1%포인트, 2분기 -0.4%포인트, 3분기 0.0으로 연간으로는 마이너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경기조정을 위한 확대재정정책은 물가를 자극하고 재정 낭비를 가져올 위험이 높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 조정기능을 포기한다면, 경기 위축으로 인한 서민층의 고통도 각자도생하라는 것인가.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국정 목표로 한다면, 먼저 코로나19 기간 일시적으로 늘어난 지출부터 관행화하지 않도록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의무지출의 44%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이전 지출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재정개혁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개혁 논의와 더불어 공공연금의 개혁 추진 역시 필요하다.

현 세대의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기 위해 건전 재정정책을 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노선은 옳다. 그러나 건전재정 지속 정책이 현대판 ‘고려장’을 방조하는 정책이 돼서는 더욱 안 된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원칙을 못 박기 전에 재정 건전성 확보와 사회안전망의 확충, 이 두 가지 목표 간 최적의 장기적 조합을 모색하고 그 해답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합의를 얻어야 마땅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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