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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문제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 문제의 이름은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유리천장을 뚫은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우리는 남녀의 경제적 평등이 전례 없이 달성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소득 격차를 없애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 회사를 지적하고, 이사회에 여성을 한 명 더 넣고, 소수의 진보적인 테크업계 남성 임원이 육아 휴직을 쓰는 등의 해법을 생각해보지만, 이는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반창고를 내미는 격이라는 직격탄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한 세기가 넘는 장기 시계열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 경제사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를 분석하며, 오늘날에도 풀리지 않는 임금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노동과 돌봄 제도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골딘 교수가 언급한 '탐욕스러운 일'은 가차 없는 밀도로 불규칙한 일정에 대응하며 장시간 일할 것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높은 보수를 받는 일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있는 경우 부부 중 한 명은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회사에 있다가도 집으로 달려올 수 있어야 하는데 가구 소득을 높이기 위해 부부간 공평성이 내버려지면서 성평등도 함께 버려졌다는 분석이다. 여성이 집에서의 일에 온콜(on-call)일 필요가 없다면 장시간 근무, 예측 불가능한 일정, 퇴근 후의 온콜, 잦은 주말 근무 등의 대가로 일반 수준보다 훨씬 높은 보수를 주는 일자리를 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늘날 노동과 돌봄의 구조는 남성만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가질 수 있었던 과거의 유물"이라고 비판한 골딘 교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가 아니라 시간 유연성이 있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동과 돌봄의 시스템이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성별 임금격차 26년간 1위. 지난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로 미국(17%)의 두배에 가깝고, 38개 OECD 가입국 평균 성별 임금격차인 12%를 훌쩍 뛰어넘는다. 여성 고용률 그래프를 볼 때 한국은 20대 후반 생애 최고 고용률을 기록하다 30대 급락한 후 60대 고령층에서 다시 올라가는 'M자형' 그래프가 유독 심하다. 결국 30대 경력단절 여성은 기업에서 관리자와 임원으로 성장하는 승진 사다리가 끊어진다는 의미고, 다시 일자리에 복귀할 때는 눈높이를 낮춰서 진입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계는 위미노믹스(Women+Economics)가 저성장의 돌파구가 돼줄 것이라 분석한다. 여성과 경제학을 합성한 위미노믹스는 골드만삭스 일본 지사의 수석 전략분석가 마쓰이 게이시가 일본 경제의 침체 요인으로 저조한 여성의 경제활동을 꼽으며 주목받았다. 여성 인력의 출산과 육아를 도와줄 인프라 구축이 경제성장의 기초며, 성장을 위해 여성인력 활용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가 지속돼 향후 10년간 이어져 남녀 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현재 18.9%포인트에서 미국 수준인 10.5%포인트로 줄어든다면 노동공급은 연평균 152만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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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해묵은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공공영역에서는 돌봄 노동을 적극 지원해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낮추고, 기업은 '탐욕스러운 일'을 요구하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남성들의 돌봄 참여가 현격히 늘었지만 여전히 아이의 주양육자가 여성으로 한정 지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지 않는다면 갖가지 저출산 지원책이 나온다 한들 백약이 무효하다.


서소정 경제금융부 차장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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