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CEO 기습 해임 사태
AI 둘러싼 '철학적 갈등' 재점화
인류 파괴 재앙 우려에 브레이크 걸었지만,
'실패한 쿠데타'로 끝나가며 개발론자 승기
올트먼 복귀하든 안하든 AI 기술 개발 가속도

"인공지능(AI)에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빌 게이츠) vs "AI가 살인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AI 대부' 제프리 힌턴)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기습 해임 사태는 'AI가 인류를 구원할지(Boomer·개발론자), 파괴할지(Doomer·파멸론자)'를 두고 갈린 업계의 철학적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한 편의 드라마다. 이미 생성형 AI 챗봇인 챗GPT 열풍으로 인해 AI 전문가들이 양편으로 갈린 상황에서, 이번 해임 사태는 논쟁을 재점화했다. 논쟁의 파장은 IT 업계의 AI 기술 개발과 글로벌 규제당국의 AI 규제 마련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트먼이 오픈AI든, 마이크로소프트(MS)든 정착하게 되면 해임 사태에 따른 이 드라마는 종반부로 향한다. 그러나 그의 복귀와 함께 AI 기술 개발을 위한 속도전이 다시 펼쳐지게 된다. 오픈AI 이사회의 올트먼 해임이 사실상 '실패한 쿠데타'로 끝나가면서, 업계가 앞다퉈 AI 상업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AI 상업화와 규제 등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단계마다 이와 같은 철학적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겠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발론자들의 동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AI 상업화와 인류에 대한 안전성을 우려한 오픈AI 이사회가 (AI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빠른 성장을 요구하는 시장 압력에 민감한 리더들에게 넘겨줄 사건을 촉발했다는 것은 작은 아이러니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로 비상업적 AI 모델을 구축해 대중에 제공하려는 노력의 관에는 못이 박혔다"고 평가했다.

"AI는 인간 지능 증폭" vs "AI는 핵무기"

[Why&Next]AI 인류 구원자냐, 파괴자냐…철학적 갈등 응축된 '올트먼 축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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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을 해임하면서 개발론자와 파멸론자 간 논쟁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미 혁신의 산실인 실리콘밸리는 오픈AI 사태 이전부터 AI 개발 속도를 놓고 반쪽으로 나뉘어 양쪽이 팽팽히 맞서 왔다. AI에 내재된 위험성에는 모든 혁신가들이 공감하지만 AI가 최종적으로 인간의 '구원자'가 될지, 세계의 '파괴자'가 될지를 두고서는 좁히기 어려운 간극을 보이며 평행선을 달렸다.


실리콘밸리에서 AI 개발론자의 대표 주자로는 올트먼 외에도 빌 게이츠 MS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 등이 꼽힌다. 오픈AI에 130억달러를 투자한 최대주주인 게이츠는 "AI에는 엄청난 이점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며 "우리가 할 일은 AI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헬스케어, 기후변화, 교육 부문에서 AI가 혁신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슈미트는 AI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AI 개발론의 편에 섰다. 그는 "우리 가치를 반영한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에만 이익이 될 AI 개발 유예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올트먼의 강력한 지지자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게이츠와 마찬가지로 인구, 기후, 교육 등 AI가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AI 4대 구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얀 르쿤 메타 수석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도 "AI는 인간 지능의 증폭제가 될 것"이라며 "AI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의 일부"라고 했다.


반면 AI 파멸론자들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가 핵무기급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등이 AI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기술개발에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경고하는 대표적 인사들이다. AI의 핵심인 딥러닝 기술을 발전시켜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AI가 살인로봇으로 변할 날이 두렵다"며 지난 4월 10년간 몸담은 구글에 사표를 냈다. 그간 구글에서 AI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해 온 그는 인류가 AI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경계하며 기술을 더 이상 확장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AI를 '핵무기'에 비유하며 AI 개발에 매진해 온 "일생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이번에 올트먼 축출을 주도한 오픈AI 이사회 멤버인 알리아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도 힌턴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을 주도한 머스크와 워즈니악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이자, AI 파멸론자에 가깝다. 그들은 지난 3월 미국 비영리단체인 생명미래연구소가 주도한 AI 연구를 6개월간 중단하자는 내용의 성명에 동참했다. 머스크는 "AI는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힘"이라며 "AI 기술의 스위치를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는 귀찮은 일이지만 심판이 있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여러 해에 걸쳐 배웠다"고 말했다.


올트먼 해임은 'AI 개발' 둘러싼 철학적 갈등 응축…AI 상업화 속도낼 듯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번 해임 사태로 수익성과 안전성 중 어느 쪽에 지향점을 둘지를 놓고 대립한 올트먼과 오픈AI 이사회의 철학적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트먼은 겉으로는 AI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상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AI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에 속도를 낸 '급진적인' AI 개발론자다. 반면 오픈AI 이사회는 인류에 대한 AI의 실존적 위협을 우려하며, 인간의 통제 아래에서 AI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온건한' 파멸론자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전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전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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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는 '인류에게 유익한 AI를 만든다'는 사명 아래 출발했지만, 챗GPT의 대성공과 급속한 상업화 압력으로 양쪽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 내분을 맞게 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올트먼의 해임은 극단으로 치달은 두 이념 사이에서 벌어진 파워 게임의 정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가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전 세계 IT 업계와 규제당국의 행보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미국 백악관이 'AI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영국이 세계 첫 'AI 안전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각국에서 AI 규제에 속도를 내던 시점이라, 이번 사태가 글로벌 규제당국의 후속 논의 전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AI 개발론자와 파멸론자 가운데) 영향력이 더 큰 쪽이 규제를 강화하거나 좌절시킬 것"이라며 "AI를 둘러싼 이처럼 파괴적인 문화 전쟁을 통해 향후 기술발전과 규제의 방식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른 전리품을 누가 챙겨갈지도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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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픈AI의 내홍을 초래한 이번 대결의 승기는 파멸론자보다는 개발론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MS를 비롯한 오픈AI 투자자와 경영진 외에도 회사 임직원들은 집단 퇴사까지 거론하며 이사회에 올트먼 복귀를 압박하고 나섰다. 올트먼 복귀가 무산되면 오픈AI는 존립 자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AI 시장 내 독점적인 지위는 붕괴되고, 추가 투자 유치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올트먼이 복귀할 경우에는 그가 조건으로 내건 이사회 교체와 비영리법인이 모든 결정권을 갖는 현 지배구조에 대한 개편이 불가피하다. AI의 위험을 경계해 온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AI 상업화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WP는 "비영리법인의 이타적인 임무는 항상 수익성 창출과 긴장관계에 놓여 있고, 압박이 가해지면 수익 창출 부문이 승리해왔다"며 "‘사람이 곧 자본’인 시장에서 돈은 올트먼이 있는 곳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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