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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용비리' 전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환경국장 유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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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내 2인자 1심 무죄→2심 유죄

임기제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지원자를 선발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전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과 청탁받은 지원자를 뽑기 위해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한 전 서대문구 환경국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교사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서대문구청장 정책보좌관 서모씨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서대문구 환경국장 황모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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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2015년도 환경 분야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1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를 채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며 '서대문구청 2인자'로 통했던 서씨는 환경강사로 일하고 있던 자신의 지인 A씨가 꼭 채용될 수 있게 해달라고 여러 차례 황씨에게 부탁했다.


서씨가 구의원으로서 환경·에너지 정책 관련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A씨는 임용시험 공고가 나기 한달 전 서씨의 추천으로 구청 지역총괄계획과 에너지분야 보조MP로 위촉된 상태였다.

보조MP로 A씨를 추천할 당시 A씨의 이력서를 봤던 서씨는 A씨가 환경 분야 활동 경력은 있지만, 건축과를 졸업해 환경 분야 학위가 없기 때문에 응시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임용시험 계획안을 상신한 부서 관계자에게 "직무 분야 관련 학과가 환경 관련 학과로 제한돼 있고 해당 분야 경력 인정 범위도 너무 협소하므로 서울시 관련 분야 공고를 참고해 응시자격을 수정하면 좋겠다"라고 얘기했다. 이후 실무 담당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사학위 취득 후 2년 이상 임용예정 직무분야의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응시자격요건이 완화됐다.


이후 서씨는 임용시험 면접심사위원장 겸 면접심사위원이었던 황씨에게 "이번 채용 때 A씨를 뽑아줬으면 한다", "A씨를 잘 부탁한다"라는 식으로 채용 청탁을 했다.


황씨는 문석진 당시 서대문구청장과 친분이 두터운 서씨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심한 질책을 당하거나 향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어떻게든 A씨를 합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면접심사일인 2015년 12월 30일 5명의 면접 대상자 중 A씨가 평균점수 82점을 맞아 84점을 기록한 B씨가 합격하고 2위를 차지한 A씨가 불합격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은 황씨는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으로부터 자신의 면접심사표를 건네받아 B씨의 점수를 59점에서 47점으로 낮추고, A씨의 점수를 93점에서 100점 만점으로 높였다. 그 결과 A씨가 평균점수 83점으로 1위가 돼 합격했고, 애초 1위였던 B씨는 평균점수 82점으로 불합격됐다.


1심은 점수를 조작한 황씨의 위계업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A씨의 채용을 부탁한 서씨에 대해서는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충분하게 증명된다고 할 수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구청장이 A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범행한 것이지 구청장과 상관없이 서씨가 혼자 부탁했다면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과 서씨의 채용 청탁과 관련된 황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재판부는 서씨가 A씨의 응시가 가능하도록 응시자격조건 변경을 지시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서씨가 단지 서울시 관련 분야 공고를 참고해 수정하라고 한 것을 무리한 응시자격 완화 요구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검찰이 문석진 당시 구청장을 불기소하면서 황씨가 구청장의 발언을 '채용 지시' 의미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던 것처럼, 당시 문석진 구청장과 부구청장이 황씨에게 채용 문제를 서씨와 상의하라고 한 상황에서 황씨가 서씨의 부탁도 '거부할 수 없는 청탁'으로 잘못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황씨의 항소와 황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기각한 반면, 서씨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서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씨로부터 A씨의 채용 청탁을 받았다는 취지의 황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인다"라며 "서씨의 위와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 내용대로 서씨가 황씨에게 이 사건 임용시험에 관해 A씨의 채용을 청탁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황씨가 일면식도 없는 A씨를 위해 범죄까지 저지른 것은 구청 내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지시나 청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황씨가 특별히 서씨를 청탁 주체로 내세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고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씨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는 점 ▲황씨의 진술이 일부 변화한 것은 4년 이상 지난 과거의 일에 대한 기억력의 한계 탓에 경험에 기초한 기억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보완 내지 정정한 정도에 불과해 보일 뿐, 청탁 사실에 관한 진술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황씨가 '구청장의 지시에 따라 서씨를 만난 자리에서 A씨에 대한 채용 청탁을 들었고, 구청장의 지시 없이 서씨가 혼자 부탁했다면 이를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는 했지만, 황씨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번 임용시험에서 A씨를 뽑아줬으면 한다'는 취지의 명시적 청탁은 구청장이 아닌 서씨로부터 들었다는 것이고, 구청장이 임용시험 전에 A씨를 알았다거나, 서씨와 함께 A씨를 채용하기로 공모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서씨가 황씨에게 A씨의 채용을 청탁한 사실에 대해서는 황씨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에 더해 이에 부합하는 다수의 정황들, 즉 서씨의 구청 내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위상), 서씨와 A씨의 업무상 친분관계, 서씨가 A씨의 구청 내 채용을 위해 힘쓴 경위, 서씨의 증거인멸 시도 정황 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로서는 서씨가 A씨의 채용을 청탁하는 과정에서 그 채용 목적을 모르는 구청장을 도구로 이용한 것이든, 아니면 구청장과 함께 공모한 것이든 어느 경우에도 서씨를 이 사건 채용 청탁의 주범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봐 서씨를 기소하기에 이른 반면, 구청장에 대해서는 서씨와의 공모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A씨 채용 청탁에 대한 인식 없이 도구로 이용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보이고, 검사의 위와 같은 기소 내지 불기소 처분 경위나 그 판단 근거가 특별히 비합리적이라거나 객관적 상당성을 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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