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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알몸으로 70대 치매 노모 내쫓은 딸…법원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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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결국 사망,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법정
1심 무죄 판결 뒤집고 2심서 징역 1년6개월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추운 겨울에 알몸으로 내쫓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딸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법정에 선 A씨(49)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6살 위인 오빠와 함께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보살펴왔던 A씨는 지난해 자신의 어머니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학대치사)로 법정에 섰다.


알몸 상태로 저녁에 노모 집 밖으로 내보내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추운 겨울에 알몸으로 내쫓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딸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아시아경제]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추운 겨울에 알몸으로 내쫓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딸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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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21년 12월 9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거주지에서 어머니 B씨에게 냄새가 난다며 옷을 벗으라고 했다. 이후 A씨는 알몸 상태인 어머니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중증 치매를 앓고 있던 B씨는 A씨가 시키는 대로 밖으로 나갔다. 당시 시간은 오후 6시 50분, 기온은 10.6도였다. 겨울 날씨치고는 비교적 높은 기온이었지만 알몸 상태인 B씨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추위였다.

지나가는 이웃 주민에 의해 발견됐을 당시 B씨는 추위에 온몸을 떨고 있었다. 이웃 주민은 B씨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A씨 집 문을 두드렸지만, A씨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다른 주민도 A씨 집 초인종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B씨는 1시간 30분가량 알몸 상태로 홀로 밖에 방치돼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온은 더 내려갔고, 보다 못한 이웃 주민이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이 B씨를 데리고 집을 찾아오자 A씨는 그제야 문을 열어줬다. 집 안에 들어선 B씨는 지친 기색으로 "춥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1시간 뒤쯤 경찰의 연락을 받은 B씨의 담당 사회복지사 C씨가 A씨 집에 도착했다. C씨가 방문했을 당시 B씨는 나체로 엎드려 누운 채 담요를 덮고 있었다. "B씨가 왜 옷을 벗고 있느냐"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A씨는 "B씨가 자꾸 옷을 벗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후 C씨가 B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B씨의 몸을 돌렸을 때 B씨는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C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B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저체온증 또는 급성 심장사로 보인다"면서도 "당뇨합병증이나 다른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법정에 선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옷을 다 벗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의로 학대한 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법정에서 "(나는) 10년 넘게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어머니와 오빠가 내 보호자였지 내가 어머니를 돌볼 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옷을 벗겨 밖으로 내보낸 건 학대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6월 8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피해자가 집 밖에서 장시간 머문 것은 사실이나 이후 집에 돌아왔을 때 체온이 어느 정도 회복되거나 정상 상태에 가깝게 있었다"며 "부검 감정의가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행위로 저체온증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 판결한 2심 재판부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시아경제]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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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원래 지병이 있는 상태에서 저체온이 악화인자 또는 유발인자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부검의 의견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다른 외부인자 없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고령의 치매 환자로 당뇨까지 있는 피해자가 밖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간의 인과 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20대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정상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학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오로지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며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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