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장의 적은 공매도 아닌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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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공매도에 시달려온 개인 투자자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증시 선진화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줄곧 공매도 전면 재개 방침을 고수해온 금융위원회가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등의 압박에 굴복했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도 나오는 배경이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공매도가 인위적으로 금지된 것은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처음이었고, 2011년 8월 유럽 재정위기 시기가 두 번째였다. 세 번째 공매도 금지는 2020년 3월에 나왔다. 공교롭게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때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 요인이 확실했고, 비슷한 시기에 해외 다른 국가들도 시장 안정 목적으로 공매도를 한시 금지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네 번째 공매도 금지 조치가 의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위기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도 아닌데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깜짝' 발표했다. 이유라면 올해 이차전지 테마에 자금을 쏟아부은 개인 투자자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차원일 것이다.


2008년과 2011년 국내 증시에서 거래된 외국인 투자금은 연간 300조원대 규모였다. 2021년에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 거래대금의 증가는 자본시장의 글로벌화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다만 시장이 커진 만큼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매도는 대부분의 금융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제도다. 당국에서 이번에 문제로 내세운 건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불법적 행태다. 제도의 결함을 손보는 것과 제도 자체를 막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증권 업계에선 "정책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인식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언제든 자본시장 관련 정책이 뒤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갈팡질팡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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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이번 조치로 국내 증시는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며 출렁였다. 더구나 6개월 후에는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놓고 또 갑론을박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자본시장에서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은 공매도보다 무서운 적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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