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질병을 앓는 어머니를 11년간 돌본 경험을 사실적으로 이야기하는 자전적 에세이다. 나이 듦과 병듦, 필수 노동으로서의 돌봄, 그리고 그 끝에 놓인 죽음이라는 인간 조건을 냉철하게 직면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언젠가 돌봄의 제공자이자 또 대상이 될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움을 주고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한다.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그건 “진심”이기보다는 “양심”에 따른 것이었고, 어머니 돌봄은 “가혹한 의무”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양심’과 자기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는 ‘욕망’ 사이에서 린 틸먼은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했다. 부제의 키워드 중 하나인 ‘양가감정’은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감정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봄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혼돈을 드러낸다. “이 일을 완벽하게 제대로 해내기란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 돌봄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전한다.
그럼 당신은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관심을 끈다.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체면의 모든 규칙이 깨진다. - p.79
노인 환자는 특히나 의학계에서 가망이 없는 짐짝으로 여겨진다. - p.104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대신 내 양심은 담겨 있었다. - p.130
어머니를 변기에 앉히고,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머니의 밑을 닦았다. 어머니의 음부를 씻고, 어머니의 유방 밑살을 닦고, 어머니의 가슴을 만지는 것은 혈연 그리고 무언의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였다. - p.142
어머니는 내게 죽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종종 내게 물었다. 왜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거지? 그럴 때마다, 어머니를 위로하는 대신 이런 식으로 말했다. 어머니의 때가 오면 그렇게 될 거예요. 어머니의 몸이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그래요, 죄송해요. - p.168~169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적어도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 p.169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징후는 발가락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이다. 마치 뭔가를 움켜쥐듯이. - p.184
사람이 죽을 때 목에서 내는 소리는 더 이상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서 입안에 고인 침이 만드는 소리다. 죽어갈 때 삼킴 기능이 멈추기 때문이다. - p.185
어머니가 거동이 어려워지면서 장애인의 세계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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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어머니를 돌보다 | 린 틸먼 저 지음 |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63쪽 |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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