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친일파 이해승 후손 홍은동 땅 국고환수 소송 정부 패소 확정
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땅을 국고에 환수하기 위해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해당 토지는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이 단독 상속받은 뒤 경매로 제일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이 회장이 다시 사들인 토지인데, 친일재산귀속법상 친일재산이라도 이미 제3자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는 해칠 수 없기 때문에 국고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대한민국이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1항 단서에 따라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근거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와 그에 앞선 제일은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한 순차 말소등기에 갈음해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것은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돼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1항 단서의 증명책임이나 제3자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능성, 제3자의 범위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1항은 '친일재산은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는 조항으로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1항 단서는 '그러나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정했다.
즉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인 친일재산은 그 취득원인이 상속이든 매매이든 묻지 않고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소유권을 취득했을 때 국가에 귀속되는 것으로 취급되지만, 제3자가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부터 친일재산의 소유권을 넘겨받거나, 친일재산이라는 점을 알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주고 소유권 등 권리를 취득했다면 국가가 그 권리를 부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에 문제가 된 토지는 친일파인 이해승으로부터 이 회장에게 상속됐지만 이후 제3자인 제일은행이 대가를 지급하고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단계에서 이미 국가가 토지의 국가귀속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회장 명의의 등기와 제일은행 명의의 등기를 순차로 말소해 최초 상속을 원인으로 한 이 회장 명의 등기로 회복한 뒤 국가가 이 회장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내는 대신, 곧바로 이 회장을 상대로 진정한 소유자라는 이유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고 1912년 8월 1일 한국병합기념장을 받는 등 친일 행적이 인정돼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행위자로 지목됐다.
서울 서대문구는 2019년 10월 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던 중 친일 재산으로 의심되는 토지를 발견, 법무부에 국가 귀속 대상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정부는 과거 이해승의 소유였다가 이 회장의 소유가 된 홍은동 임야 2만7905㎡를 환수하기 위해 2021년 2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해승은 이 땅을 1917년 처음 취득했으며 1957년 손자인 이 회장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1966년 경매에 넘겨져 제일은행의 소유로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땅을 도로 사들였다.
앞서 1심은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는 국가귀속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친일재산귀속법상 제3조 1항 단서를 근거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친일행위자의 상속인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재산을 취득했다면 제3자로 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제3자에 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1항 단서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가 분할되기 전 경매에 넘어가 1966년 제일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바 있다"며 "제일은행은 친일재산이라는 점을 모른 채 경매에서 금액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현재의 등기명의인인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제일은행의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우리도 이제 월급이 1000만원" 역대 최고…'반도...
또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인 이 회장은 친일재산귀속법 제3조 1항 단서가 정한 제3자에 해당할 수 없고, 이 회장이 제3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구하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제일은행이 취득한 권리를 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에 대해서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