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정치생명' 건 구속심사에 출석… 묵묵부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6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께 법원에 도착했다. 단식을 마치고 회복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왼손으로 직접 우산을 쓰고 오른손으로는 지팡이를 짚으며 두 발로 걸어서 출석했다. 그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어떻게 방어하실 것이냐'. '김인섭과 2010년 이후에도 연락하신 게 맞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 출입구로 들어갔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백현동 개발특혜', '대북송금'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가 심리하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일한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356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접촉,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이 함께 법정에 나가 유 부장판사에게 구속 필요성을 설명한다. 특히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의 혐의를 소명하기 위해 1500여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문에선 이 내용을 줄인 약 수백장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엽 변호사와 역시 부장판사 출신인 이승엽 변호사를 중심으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고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검찰과 이 대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면서 이날 심문은 역대 가장 긴 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심문 때의 10시간5분이 현재까지 최장 기록이다. 법조계에선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40분, 2020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시간30분을 넘길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증거인멸 염려'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려 했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위증을 교사한 전력을 강조하며 재판부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자신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교사한 점 ▲백현동 사건과 관련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 맞추기를 시도하고 공무원들을 회유·압박한 점 ▲백현동 사업 브로커로 활동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허위 주장을 한 점 ▲대북송금 사건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에 의해 수사·재판기록이 유출된 점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과정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 검찰 진술을 번복하게 만든 점 등을 이 대표가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진술을 오염시킬 염려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강조할 전망이다.
검찰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파일과 민주당 인사들이 이 전 부지사를 구치소에서 접견하며 자필 편지 제출을 요구한 접견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아니면 내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의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거나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사유로 영장이 기각된다면 전체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지만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검찰이 이 대표의 신병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남은 수사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앞서 기소한 대장동 사건 등의 공소유지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입장에선 이번에 구속되면 사실상 정치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영장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다면 더 이상 '윤석열 정부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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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영장이 발부돼도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며 '옥중 공천'을 할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 비리 때문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이 온전히 껴안고 총선을 치른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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