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니 마약이?…신종 '묻드랍' 마약 유통 성행
마약 유통 과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아파트 실외기나 배수구 등에 놓는 ‘던지기’ 수법이 흔했는데, 최근 땅에 마약을 묻어두면 구매자들이 파서 가져가는 일명 ‘묻드랍’ 방식이 등장했다.
마약 판매자 및 유통책이 땅이나 흙에 마약을 묻어두면 구매자들이 가져가는 신종 '묻드랍' 방식이 확인됐다. 인천 연수구 야산에 마약류가 담긴 검은 비닐봉투가 묻혀 있는 것을 경찰이 적발했다.[사진제공=서울경찰청]
12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미국 국적 A씨 등 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 국적의 총책 B씨의 지시에 따라 마약을 밀수입하고 전국 각지에서 유통했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7만5000명 투약이 가능한 양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마약 유통 방식은 기존 ‘던지기’와 달랐다. 마약 전달자가 야산이나 공원 등지의 땅속에 마약을 묻어두면 구매자들이 땅을 파고 가져가는 수법을 썼다. 마약상들은 이 수법을 ‘묻드랍’이라고 부른다. 땅에 ‘묻는다’와 떨어뜨린다는 의미의 영단어 ‘드랍(Drop·외래어표기법상 드롭)’을 합친 말이다. 이들은 인천 연수구 한 공원 인근 야산에 3차례에 걸쳐 묻드랍 방식으로 마약을 거래했다. 땅에 마약을 숨긴 장소임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소를 알려주면 구매자들은 야산의 흙을 걷어내고 마약을 찾아갔다.
그간 마약상들은 주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류를 유통했다. 아파트 및 주택가의 실외기나 배수구 등에 마약을 놓고 가는 수법이다. 누구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지점을 이용했다. 그런데 던지기 방법을 쓰는 마약은 중간에 도난당하는 일이 많아서 먀약상들이 묻드랍으로 수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경찰은 추정한다. 던지기 구매에 익숙한 마약 투약자들이 던지기를 했을 법한 실외기나 배수구를 뒤지면서 남의 마약을 훔쳐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마약 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전달할 마약이 많아지면 묻드랍 방식이 더 횡행할 것으로 경찰은 내다봤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약 전달책들은 보통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하는 마약류의 50배에 해당하는 양을 산에 묻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 담당자는 "마약을 땅에 묻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건 처음 봤다"며 "보통 사람들은 땅에 마약이 묻혀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으니 그 틈을 파고든 거래 수법"이라고 말했다.
공원이나 산이 없는 도심에서도 묻드랍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7월 마약 제조·유통 일당 4명과 전달책 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 사건에서 전달책들은 숟가락을 들고 다니며 도심 속 화단이나 공원의 흙을 살짝 파내고 마약을 놓고 난 후 흙으로 다시 덮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던지기 수법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마약이 소실되기도 한다"며 "마약 분실을 막으려고 흙에 묻어서 숨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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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마약상이 묻드랍으로 거래해도 수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마약을 묻을 장소까지 가는 등산로 입구 등의 CCTV로 마약상을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나날이 변하는 마약 유통 수법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약상은 어떻게든 경찰과 시민의 눈을 피하려고 노력한다"며 "신종 수법에는 새로운 수사 기법으로 대응해야 마약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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