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심검문 강화 두고 '갑론을박'… "공익 더 커" vs "기본권 침해"
경찰, 불심검문 실효성 강화 검토에
전문가들도 입장 엇갈려
오남용 우려 불식 위한 교육 등 필요
"불심검문 효과 근거 없어" 비판도
잇단 강력범죄에 경찰이 불심검문 실효성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불심검문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 추진 방안과 관련해 "현행법상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강제력이 없고 경찰관이 정복을 입었어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있다"며 "정복 근무자의 신분증 제시 의무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르면 불심검문은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 및 주위 상황을 고려해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을 뜻한다. 경찰관은 신분 증표를 제시하며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이나 동행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 경우 경찰관은 대상자가 흉기를 가졌는지 조사할 수 있고, 동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대상자가 거부 의사를 밝힌다면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잇단 흉기난동과 살인예고글 등의 대책으로 불심검문 실효성 강화가 거론된 데 대해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불이익보다 공공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의 불심검문에 법적인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혐의가 있어야 수사 개시가 가능한데, 불심검문은 수사 전 단계로 강제력을 동원할 수는 없다"며 "경찰이 아무나 붙잡고 가방을 열어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심검문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나왔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심검문 거부와 흉기 적발 횟수 등이 집계돼 나온 통계적 근거조차 없다"며 "최소한의 통계나 근거 없이 강화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순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사태가 불심검문의 실효성이 떨어져서 벌어졌다고 볼 수 없는 만큼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면 뜬금없이 불심검문 실효성 강화를 하려는 것이 이 기회를 통해 경찰권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특정 상황과 장소에 국한해 불심검문 실효성을 강화하는 절충안이 나오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 안전과 기본권 보호라는 원칙이 부딪히는 경우"라며 "폭발물 설치나 범행 예고 등 정보를 입수했거나 우범지역 등 상황과 장소의 특성에 따른 불심검문에만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불심검문 강화 필요성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권한 오남용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했다. 이 교수는 "기본권 침해 소지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대화 태도, 검문의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고 합리적으로 대상자를 설득할 수 있는 훈련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도 "대상자의 거부감을 완화해 자발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경찰관에 대한 충분한 의사소통 교육과 훈련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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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찰이 추진하겠다는 정복 근무자 불심검문 시 신분증 제시 완화 방안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 교수는 "공권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미국에서조차 제복을 입고 있더라도 경찰 배지 등을 보여준 후 공권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 또한 "경찰 신분증을 외부에 패용만 하더라도 대상자의 불만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융통성 있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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