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지 분석, 보도
美500대 기업 중 90년대 이후 창업 52개뿐
자금력 등 바탕으로 대기업이 기술 선도

미국에서 대기업이 공고히 자리 잡고 스타트업에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으면서 산업계가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투자를 단행, 오히려 스타트업보다 기술을 선도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시사주긴지 이코노미스트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대기업이 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월마트부터 제너럴모터스(GM)까지 대기업이 파괴자(스타트업)에 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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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가 미 주간지 포천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미국 500대 기업 설립 연도를 확인해본 결과 1990년 이후 탄생한 기업이 총 52개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 등이 포함된다. 1976년에 창업한 애플이 처음 아이폰을 내놓은 2007년 이후 설립된 회사는 500개 중 7개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941년 이전에 세워진 회사는 280개나 됐다. 산업군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포천 500대 기업의 평균 연령대는 1990년 75년이었지만 올해 90년을 넘어섰다.

미국 산업계가 이처럼 늙어가는 이유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혁신이 전 산업군에서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 산업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서서히 이뤄지면서 대기업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줄리안 버킨쇼 런던정경대 교수는 디지털 혁신이 산업 전 분야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면서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에서는 이에 관심을 보였지만 에너지 산업 등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월가로 대표되는 미국의 금융업은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 내 은행의 평균 기업 연령은 138년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은행이 등장하며 월가를 위협하고 있지만, 여전히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컨설팅업체 커니에 따르면 미국인 중 지난해 주거래 은행을 바꾼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보험 산업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그 외에도 월마트와 아마존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소매업과 포드, GM 등이 기득권을 잡고 있는 전기차 시장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혁신에 맞설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자금력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봤다. 기술 혁신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는 현시점에서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낼 수 있는 곳은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R&D에 쏟아부은 자금은 총 2000억달러(약 268조3000억원)다. 이는 이들 기업의 순익 80%이고 미국 기업의 R&D 투자의 30%를 차지했다. 올해 인공지능(AI) 붐이 일었지만, 컴퓨팅 비용 등이 막대해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인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이 있는 스타트업을 대기업이 인수하는 경우도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엑시트(투자 회수) 하는 경우 중 74%가 이러한 대기업 인수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는 "1980년대 이후 크게 늘어난 수치"라면서 "(이러한 행태는) 대기업이 잠재적인 미래의 경쟁업체를 잡아먹는 '킬러 인수'라는 경고까지 나오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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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문제가 미국 산업계의 고령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980년에서 2020년 사이 미국 인구 중 20~35세 비중이 26%에서 20%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창업률이 12%에서 8%로 하락했는데 두 수치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존 반 리넨 런던정경대 교수는 "젊은 기업은 보통 젊은 사람들이 만든다"고 평가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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