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개봉박두' 美 반도체 보조금 69兆 잡아라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지원법 시행 1주년 맞아
"연내 분배 할 것"…460개 이상 기업, 의향서 제출
기업들, 수익성 위해 보조금 최대 확보 총력
주 정부·의원도 투자 유치 로비 분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반도체지원법(CSA)’이 시행 1주년을 넘기면서 우리 돈 69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조금 분배 업무를 맡은 미 상무부가 연내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투자에 나선 반도체 기업은 물론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활용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미국 내 여러 주(州) 정부들까지 물밑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의향서 제출 기업만 460여곳… "올해 말 보조금 분배 시작"
미 상무부는 CSA 제정 1주년인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460개 이상의 기업이 520억달러(약 69조원)의 CSA에 따른 보조금을 받고 싶다는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지난 2월 140명 규모의 ‘칩스포아메리카(Chips for America)’ 팀을 만들고 기업의 보조금 신청 의향서를 받아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올해 말 보조금을 나눠주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담당 팀에 속도를 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CSA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산업과 기업에 세금을 지원한다는 특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세금 낭비가 아닌 미국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자금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과 관련한 직접 자금 지원이 투자 금액의 5~15% 수준이며 전체적으로는 투자 자본 지출의 35%를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상무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 해당 투자 건에 대해 보조금 지원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게 된다.
미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CNBC 방송에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분 방식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모든 지원자가 만족할 순 없을 것이다. 일부는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투자, 보조금에 달렸다… 인텔 "외국 기업보다 더 달라"
코로나19 이후 발표된 미국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는 총 2310억달러로 미 백악관은 집계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4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고 미 대표 반도체 업체 인텔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한다. 삼성전자도 텍사스 테일러에 173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이러한 기업 입장에서는 연방정부의 보조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시설, 인건비 등이 몇 배 높은 미국인 만큼 공장을 짓고 가동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을 내려면 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CNBC는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지난달 말 한 행사에서 러몬도 장관과 만난 바 있다면서 외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인 인텔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 TSMC 등이 미국에 제조시설을 짓는다면 분명 좋은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핵심적인 연구개발(R&D)을 여기서 한다. 그들은 해외에서 한다. 우리가 분명 더 많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기업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CNBC에 따르면 미 캔자스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후공정 업체 인테그라 테크놀로지의 브렛 로빈슨 CEO는 100만 평방피트 규모의 시설을 지을 계획을 언급하면서 "후공정 부문은 마진 자체가 너무 적어 반도체지원법 없이는 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 기반을 둔 파운드리 업체 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도 18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확정될 때까지 착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 기업들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려는 것인 만큼 보조금 확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TSMC의 애리조나 공장 담당 브라이언 해리슨 사장도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필요하다"며 공장 두 개를 짓고 설비를 채우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지역에 투자를" 분주한 주정부·의원들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탐내는 건 반도체 기업뿐만이 아니다. 이를 잘 활용해 투자를 유치하려는 미국 주(州)와 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도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체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CSA 가결에 큰 역할을 한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뉴욕주에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법을 가결하기 전부터 기업들과 통화하며 뉴욕에 언제 투자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또 법이 시행된 지 석 달 뒤인 지난해 11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에 투자하는 걸 검토하길 요청한다"고 어필했다. 지난 6월 NYT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법안을 만들 때 뉴욕의 기업들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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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험이 없는 인디애나주도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최근 1년여간 인디애나주 주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 대만, 일본 등을 돌며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났고,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을 초청해 지역 대학과 R&D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인디애나를 지역구로 하는 토드 영 상원의원(민주당)도 투자 유치를 위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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