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약이 중국·인도산 성분?…제약사들, 포기 못하는 이유는
제약사들이 의약품을 만들 때 주성분이 되는 원료(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수입산 중에서도 값싼 중국·인도산 의약품 원료의 사용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성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료의약품은 단기간 안에 대체재를 찾아나서기도 어렵다. 제약사들이 이들 국가의 원료의약품 의존을 줄일 수 있도록 국산 원료 사용을 장려하고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지난해 기준 11.9%로 2020년(36.5%)과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전략연구원이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제약사 65%는 국산보다 수입 원료의약품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다. 제약사 8.7%는 수입원료의약품을 100% 사용한다고도 했다. 의약품 원료 수입 국가로는 중국과 인도가 각각 15.4%, 14.2%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제약사들이 중국과 인도 원료의약품을 쓰는 이유는 국산 원료 대비 가격이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 저렴해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해외에선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도산 원료가 들어간 감기약, 안약 등 의약품을 사용했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례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국내 제약사들이 수입 원료의약품을 의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2012년 약가 일괄인하 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라고 본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약가를 대폭 인하해 과중한 국민 약품비를 줄인다'는 모토로,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해 같은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고 의약품 상한 가격을 특허만료 전 약값의 최대 80% 수준에서 53.55%로 낮췄다.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값싼 원료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쌍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료의약품전문위원장은 "제약사들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저가 원료를 수입했고, 빠르게 이들이 국내 시장에 선점한 것"이라며 "정부가 자유시장경제에 개입한 셈"이라고 했다.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해 완제의약품을 만들면 약가를 우대해주는 제도가 있다. 현행 약가제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자사 원료의약품을 사용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면 1년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 수준으로 약가를 책정해준다. 다만 이 제도가 원료의약품 자급도를 높이는 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한 제약사가 경쟁사인 다른 제약사에 이를 판매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규모의 경제가 어려운 제약사로서는 큰 당근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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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엔 중국, 인도에 치우쳐진 수입 원료의약품의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일부 국가에 원료의약품 의존이 치우쳐져 있으면 팬데믹 등 여러 상황에서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는 원료의약품도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생각하는 만큼 우리도 미국 등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한 원료의약품 공급망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무역대표부(USTR)와 보건복지부(HHS)가 캐나다·유럽·일본 등 동맹국과 다자 간 협력을 통해 공급의 다양성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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