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手談)]부끄러운 패배를 딛고 세계에 도전하는 변상일
지난달 춘란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목표
"곧 있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 바둑기사 변상일 9단은 지난달 31일 제28기 GS칼텍스배 우승을 차지한 뒤 이런 포부를 밝혔다. 비운의 스타, 영원한 ‘넘버3’로 인식됐던 변상일이 전한 금빛 출사표다. 변상일에게 2023년 7월은 바둑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상일은 7월의 왕자였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물.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바둑 역사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역사적인 발걸음이었다. 변상일은 7월19일 제14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의 리쉬안하오 9단을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에서의 첫 우승이다.
세계 바둑은 신진서 9단이라는 최강자와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중국 기사들의 각축장이다.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 변상일은 또 하나의 한국 수문장으로 세계 바둑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동안 세계 바둑 대회에서 한국은 신진서와 박정환 9단이 간판으로 활약했다.
올해 7월 현재 한국 랭킹 3위인 변상일도 기력이 출중하지만, 세계 최강이라고 하기에는 내세울 간판 타이틀이 아쉬웠다. 춘란배 우승컵은 변상일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 충분한 선물이었다.
변상일을 7월의 왕자로 칭하는 이유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대국에서 결국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의 GS칼텍스배 우승은 여러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GS칼텍스배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신진서가 우승했던 대회다. 흥미로운 부분은 2021년과 2022년, 결승 상대가 바로 변상일이라는 점이다. 변상일은 올해 세 번째 결승 도전에서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GS칼텍스배는 한국 여자바둑의 간판인 최정 9단이 국내 여자 기사 최초로 종합기전 우승에 도전하던 대회다. 변상일과 최정의 이번 맞대결은 남녀 성 대결을 넘어서는 흥미로운 이벤트였다. 지난해 11월4일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에서 두 사람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최정이 여자 프로기사 최초로 세계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에 성공한 대회다. 변상일에게는 굴욕의 시간이었다. 대국 태도까지 입방아에 올랐다. 변상일은 바둑이 잘 풀리지 않자 자기 머리를 쥐어뜯고 뺨을 때렸다. 그 장면은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
부끄러운 일로 세계 바둑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순간. 대국의 패배보다 훨씬 더 뼈아프게 다가온 장면이다. 그런 변상일과 최정이 GS칼텍스배 결승전에서 다시 만났으니,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운명의 맞대결 결과는 변상일의 3대 0 완승. 일방적인 승부로 우승자가 가려졌다. 변상일은 그렇게 7월의 마지막 날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997년생인 변상일은 2012년 입단 이후 빛나는 역사를 차곡차곡 쌓았다. 현재는 한국 랭킹 2위 자리를 놓고 박정환과 경쟁하고 있다. 신진서는 물론이고 박정환도 최강의 자리에서 세계를 호령한 경험이 있다. 변상일도 영광의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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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분수령이다. 변상일의 활약으로 한국이 바둑 금메달을 따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넘버3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떼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바둑 역사에 ‘변상일 시대’의 서막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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