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명한테 '신용카드 결제 부정 취소' 수법으로 10년여간 총 50억원가량의 절도 피해를 본 문구점이 신용카드 업체의 책임을 물으며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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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원석)는 서울 서초구 소재 대형 문구점 A 문구가 B 카드사를 상대로 낸 38억원 규모의 신용카드 매출대금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A 문구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 문구 고객이자 개인 포스기 업체를 운영하던 양모씨는 2010년부터 10여년간 1400회에 걸쳐 A 문구의 제품 50억원어치를 훔쳤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일단 결제를 한 뒤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 승인을 몰래 취소할 수 있었던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덜미가 잡힌 양씨는 2020년 사기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양씨는 절취한 문구류를 되팔아 생활비나 유흥비로 탕진해 돈을 갚을 수 없었다. A 문구는 B 카드사와 포스기 관리업체인 C사를 상대로 각각 민사소송을 냈다.

A 문구는 B 카드사에 대해 "카드 거래에 대한 신용판매 대금을 지급할 의무는 B 카드사가 거래를 승인한 때 발생한다. 양씨의 비정상적인 승인 취소에 따른 위험은 B 카드사가 부담해야 한다"며 "거래 승인이 이뤄진 금액 중 소송 제기 기간이 지난 금액을 뺀 총 38억3862만여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B 카드사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제대로 설계·운영하지 않아 범행이 방치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1심은 A 문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드 거래의 승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책임은 카드 가맹점인 A 문구한테 있었기 때문에, 카드사가 양씨의 범행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카드사가 신용판매 대금을 지급할 의무는 카드 거래 승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뒤 약정 기간 내 가맹점이 카드사에 매출전표를 접수하고, 매입 처리가 완료될 때 발생한다"며 "이 사건에선 B 카드사에 매출전표가 접수되기 전 양씨가 거래 승인을 취소했고, A 문구의 소송 제기도 접수 기간이 지났을 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범행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당시 금융감독원 대책 회의도 '포스기 관리업체 업무를 개선하자'는 내용이었다. B 카드사가 운영한 FDS가 양씨의 범행을 탐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B사의 책임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A 문구는 양씨의 범행 기간 중 매출명세를 확인하고 이의를 신청하는 절차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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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포스기 관리업체 C사의 경우 전체 피해 금액의 30%인 15억여원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지난 5월 확정됐다. 법원은 "C사는 안전한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기술적 허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하루 신용카드 부정 취소 금액이 1000만원을 넘는 날도 많았다. A 문구가 꼼꼼히 매출 관리를 하지 않아 손해를 키운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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