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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해지역, 소 잃었어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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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수해 현장 이재민 모습 참담
배수로 노후화가 수해 피해 키워
노후 방재시절 국가적 대책 절실

[기자수첩]수해지역, 소 잃었어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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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희 좀 살려주세요. 모든 것이 물에 잠겨버려서 앞 날이 캄캄합니다.”


18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동행 취재를 위해 방문한 전북 익산 망상면 수해 현장은 참담했다. 수박·상추 등을 키우는 하우스 농가는 이미 허리높이까지 물에 잠겨 농작물은 모두 쓸려간 상태였고, 유출된 기름과 오물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했다. 일대 주택은 내부까지 침수돼 기름이 둥둥 떠다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졸지에 집을 잃은 주민들은 비좁은 초등학교 강당에 있었다. 갑작스러운 침수로 양말과 속옷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하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했다. 대피소에는 작은 텐트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5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찬 바닥에서 며칠 밤을 지내는 등 열악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이 대표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번 수해는 사실상 ‘예견된 재난’이다. 침수피해 지역인 익산시 망성면 일대는 지난 수년간 빈번하게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일대 배수 펌프장은 용량이 부족해 홍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0년이 넘은 배수시설은 오랫동안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된 탓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침수 피해를 키웠다. 이 일대가 물에 잠긴 것은 이틀 동안 5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시작됐지만, 노후화된 방재시설 등 구조적 결함이 수해 피해를 키운 것이다.


이는 익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주 이인면 등 다른 수해 지역도 방재시설이 제 기능을 못 한 탓에 주민들은 터전을 잃었고, 50명이 목숨까지 잃었다. 이재민들이 “어차피 몇 년 후에 반복될 텐데 특별재난구역 지정이 무슨 의미냐”며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주민들의 피해 보전도 시급하지만, 대규모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선 부족하고 노후한 방재시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중호우’보다 강력한 ‘극한호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난이 들이닥치는데, 여전히 무방비상태다. 대규모 방재시설을 새로 갖춰야 다음 세대에게는 침수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소를 잃은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다시는 소를 키울수 없을 것이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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