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자 동의 없이 설치한 CCTV 가려도 업무방해 아냐"
회사가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 장면이나 근로 현장이 찍힐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동의 없이 설치한 경우 근로자들이 이를 비닐봉지로 가려 촬영을 막았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간부 A씨 등 3명에게 각 벌금 7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과 같은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2015년 11월∼2016년 1월 군산시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회사가 공장 안팎에 설치한 CCTV 51대에 여러 차례 검정 비닐봉지를 씌워 회사의 시설관리 업무 등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는 2013년 12월과 2014년 5월 두 차례 자재를 도난당하는 사고를 당하고, 2014년 3월과 2015년 5월 일부 공장 외벽 등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나자 2015년 8월부터 시설물 안전, 화재 감시 등을 이유로 CCTV 설치공사를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 근로자들의 동의나 노조와의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며 공사 중지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근로자들의 동의나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며 공사를 강행했고, 2015년 10월 말 CCTV 설치를 완료했다.
회사가 설치한 총 51대의 CCTV 중 공장부지의 외곽 울타리를 따라 설치된 32대는 울타리를 중심으로 공장부지 외부와 내부를 함께 찍을 수 있도록 설치됐고, 나머지 19대 중 공장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16대, 출입구에 3대가 설치됐다.
재판에서 A씨 등은 자신들이 비닐봉지를 씌운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으며,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주체인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설치된 CCTV의 촬영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설사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하더라도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2심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다.
CCTV들이 시설물 관리 등 정당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설치됐고, 대부분 공장 외곽에 설치돼 직원 감시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당행위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51대의 CCTV 중 근로 현장이나 출퇴근 장면이 찍히는 CCTV의 경우 설치하기 전 회사가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고 봤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막은 근로자들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CCTV 카메라 중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의 경우 다수 근로자의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CCTV가 감시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감시하는 효과를 갖는다면 근로자참여법상 노조와 협의 의무가 있는 '근로자 감시 설비'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라며 정당행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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