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 분위기 띄우면서 러시아 지지 목소리
北 "끝끝내 도발하면 美 종말로 이어질 것"
"핵 개발 책임 외부에 돌리고 정당성 주장"

북한이 '신냉전 구도'를 부각하는 대외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한미일-북중러 대결 구도에 편승해 우군의 지원을 받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는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과대망상적인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 행위들과 수사학적 위협 책동으로 1950년대의 조선전쟁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6·25전쟁 당시에 빗댄 것이다.

북한이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에 즈음해 청년동맹 일군(간부)과 청년학생들이 참가한 복수결의모임이 지난 22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북한이 6·25 미제반대투쟁의 날에 즈음해 청년동맹 일군(간부)과 청년학생들이 참가한 복수결의모임이 지난 22일 평양시청년공원야외극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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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미국의 호전적 망동으로 말미암아 지금 가뜩이나 불안정을 배태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핵전쟁 발발의 임계점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강위력한 자위적 핵억제력이야말로 조선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철저히 보장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며 전쟁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담보"라고 주장했다.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에 돌리고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읽힌다.


북한은 전날 노동신문에서 "끝끝내 '제2의 조선전쟁'을 도발한다면 미국 자체의 종말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반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동시에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으로 입장이 곤란해진 러시아를 향해서는 노골적인 지지 목소리를 냈다.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를 만나 "이번에 로씨야에서 발생한 무장반란 사건이 인민의 지향과 의지에 맞게 순조롭게 평정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신냉전'으로 명분 축적…"핵 개발은 정당한 대응"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발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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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올 들어 한미일-북중러 대립 구도를 대외전략에 보다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으로 '신냉전 구도'를 직접 언급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아시아판 나토'에 빗대 비난한 바 있다.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올 1월 "러시아 군대와 인민들과 한 참호에 서 있겠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를 지지하는 담화를 내기도 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기본적으로 반(反) 서방연대에 올라타서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 표면적 의도"라며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정당성과 책임을 외부에 전가하는 등 명분을 쌓으려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북한의 노골적인 태도는 분명한 효과를 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비롯해 7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의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ICBM 3발을 쏜 데 이어 지난달 31일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제재 결의보다 수위를 낮춘 의장 성명도 이뤄지지 못했다. 안보리 이사국으로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면서 비토권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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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센터장은 사드 괴담, 광우병 파동 등을 상기하며 북한의 여론몰이를 지적했다. 그는 "신냉전 구도는 사실이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은 북한의 핵 위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은 마치 외부의 위협이 선행되고 그에 정당하게 대응하는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계속 주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올해 역시 도발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달 전승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정찰위성 실패로 수그러든 분위기를 전환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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