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레기 날개짓에 하루해 저물고"…日 시짓는 AI 등장, 문학계 '술렁'
인간이 쓴 시와 구별 안되는 수준 이르러
AI 대 인간 저작권 분쟁·표절 시비 가능성
‘찌르레기 날갯짓 소리에 하루해가 저물고’,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니 가을비가 내린다’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를 짓는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일본 문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단순히 단어를 조합하고 배열하는 수준에서 급성장해 어느새 인간 시인의 것과 구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AI가 쉽게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문학계에서도 향후 저작권 시비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26일 마이니치신문은 문학 평론가 쿠리바야시 히로시씨의 사설을 통해 'AI 잇사군'을 소개했다. 홋카이도 공대가 개발하는 잇사라는 AI의 이름은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2017년 데모버전을 통해 탄생한 이 AI는 초기에는 의미 불명의 단어 조합을 출력하는데 그쳤으나, 현재는 사람이 읊은 시와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시를 짓는데 이르렀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AI 잇사군을 초청한 시 짓는 모임이 열렸다. 모임에서는 인간 참가자 23명과 잇사군이 7구씩을 주고받고, 좋다고 한 7구를 서로 선정했다. 그 결과, 상위권은 모두 인간이 지은 시였지만 잇사군이 출품한 2편은 1표씩을 얻어 당선됐다.
또한 참가자 전원에게 AI가 쓴 것 같은 작품을 추려보라고 했을 때, 인간이 'AI가 썼다'고 맞춘 것은 단 2구뿐이었다. 반대로 인간이 지은 것인데도 AI가 썼다고 추측한 구절은 30개가 넘었다. 인간과 AI의 작품을 구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일본 문학계에서는 "AI가 지은 시는 논외다", "아직 인간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쿠리바야시씨는 "여전히 시는 인간이 짓는 것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지만, AI가 앞으로 능력을 키워 비평까지 하게 되면 시를 즐기는 방법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시인으로 앞으로 문학계에는 새로운 저작권 분쟁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쿠리바야시씨는 우려했다. 일본 현행법에서는 AI가 만든 작품은 저작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만든 하이쿠를 인간이 다듬어 발표하고, 이것에 창작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인간이 저작권을 가져갈지 AI가 저작권을 가져갈지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AI가 단시간에 대량의 시 구절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오히려 표절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졌다. AI가 수백만개의 시 구절을 만들어서 발표했을 경우다. AI는 다양한 단어를 조합해 시를 만들기 때문에 인간이 미래에 읊을 구절이나 유사구도 여기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모르는 인간 시인이 우연히 비슷한 시를 발표해 상을 받았다면, 악의적인 AI 관리자가 자신의 사례를 내세워 수상 취소를 요구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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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바야시씨는 "인간과의 조화를 이념으로 내세우는 잇사군에게는 그런 걱정은 없으나,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문학계가 망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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