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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韓·美, 경기 나쁜데 고용은 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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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韓·美, 경기 나쁜데 고용은 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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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노동시장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였으며, 일자리 창출·임금 상승과 이에 따른 지출·고용 증가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해부터 열 차례의 숨가쁜 금리인상 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했지만, 아직도 뜨거운 고용시장에 주목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4.0% 오르면서 2021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인상 폭을 기록했지만, 아직 목표치인 2.0%를 웃도는 데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타이트한 고용시장 주목…통화정책 선회 시기상조

특히 Fed는 고용시장을 주목했다. 미국 5월 고용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전월보다 33만9000명이나 늘었다. 이는 블룸버그 예상치인 19만5000명을 거뜬히 넘어선 수치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2.6%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실업률은 3.7%로 여전히 낮아 아직 고용시장이 탄탄한 상태임을 나타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차장은 "미국에서는 가파른 금리인상에도 최근 몇 개월 동안 견조한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실업률은 낮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며 "자연실업률 수준인 4.5%까지 도달해야 통화정책 선회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노동시장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동 상황이 탄탄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3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1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월 31만2000명에서 3월 46만9000명으로 확대했다가, 4~5월 연속으로 35만명 선을 나타내면서 예상치를 웃도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70%에 육박하며 통계가 작성된 1989년 이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지연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고용률 상승 폭을 봤을 때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0.1~0.2%포인트였으나 2021, 2022년에는 1%포인트나 오른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노동상황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례적으로 고용증가세가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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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고용시장이 모두 탄탄하지만 세밀하게 보면 상황은 다르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은 수출보다 내수 기반의 경제이기 때문에 고용이 경제상황과 직결되는 대표 지표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의 경제라 조금 다르다"며 "고용은 수출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내수 특히 소비와 연관이 높은데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여파로 수출은 안좋지만 내수가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잘 버티고 있어 우리나라 고용이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고용시장에서 미국과의 대표적인 차이는 노동공급 측면이다. 미국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고령층이 조기은퇴를 많이 하면서 노동공급이 줄었다. 하지만 이후 서비스 소비가 살아나 노동수요는 오르는 반면 공급이 제한되면서 고용시장이 굉장히 타이트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시기 조기은퇴가 없었고, 오히려 고령층 노동참가율이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하반기 고용 시장 전망에 대해 "반도체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제조업 경기 고점과 제조업 고용 고점은 최대 1년 가까이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반기보다 하반기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을 것"이라며 "제조·건설부문이 부진한 데다 사회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이 상고하저 패턴을 보이면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취업자수 증가폭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용 호조 근원물가 상방요인…고용 '상고하저'

아울러 팬데믹 이후 미국은 해고 대신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국은 여성의 고용이 늘어나는 등 국가별 차별화도 진행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5만1000명 증가했지만 이 중 여성 취업자가 34만8000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 증가수의 99.1% 규모다. 특히 여성 취업자 가운데 고령층 취업자 증가세가 유독 높다. 전체 여성 취업 증가자 가운데 22만4000명(64.3%)이 60세 이상 고령자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취업자가 증가했으나 양질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또 취업자는 증가했으나 노동 총량은 줄고 있다. 지난달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39.6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0.2시간 감소했다. 노동 시간을 쪼개 일하는 근로자가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근로자로 임금 상승 압력이 커져 결국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취업자 수 증가는 코로나가 종료하면서 여행 등 관련 소비시장이 늘어난 것으로 생산성 향상에 의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난 구조가 아니다"며 "결국 물가 안정세를 기반으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통한 수출 회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용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고용시장이 대면서비스 등 계속 늘고 있고, 여성·고령층을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하면서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경제 측면에서 보면 소득·소비가 늘면서 근원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임금 상승에 따른 물가 전이 현상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덜하지만 고용시장만 보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아직 덜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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