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자침…2006년 인양 후 긴 소송
유명 조각가에 의뢰한 새 동상,11월 공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전함을 장식했던 거대 독수리상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상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16일(현지시간)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생중계한 기자회견에서 "오랜 소송 끝에 나치 독수리상을 국가 소유로 인정받게 됐다"며 "동상을 완전히 녹여 얻은 (청동) 재료를 이용해 비둘기 상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치를 대표하는 갈고리십자가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 문양이 새겨진 이 독수리상은 무게 350㎏ 이상, 길이 3m·높이 2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 동상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였던 1939년, 우루과이 바다에서 침몰한 독일 전함 그라프 슈페호의 선미에 붙어 있던 것이다.

2006년 2월 우루과이 바다에서 인양되는 독일 전함의 '나치 독수리상'[사진출처=AFP 연합뉴스]

2006년 2월 우루과이 바다에서 인양되는 독일 전함의 '나치 독수리상'[사진출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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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라프 슈페호는 교전 중 선체 고장으로 중립국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항으로 이동했다가 패색이 짙어지자 침몰을 선택했다. 침몰 전 선원들은 모두 배에서 내렸고, 자침 결정을 내린 한스 랑스도르프 선장은 며칠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와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독수리상은 2006년 2월 민간업자들에 의해 인양되기까지 67년 동안이나 그 자리를 지켰다. 배와 함께 인양된 독수리상은 나치 문양이 천으로 가려진 채 우루과이 해군 관리하에 창고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루과이 정부와 인양 투자자들 간의 기나긴 소송이 이어졌다. 투자자들은 2600만 달러(약 33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독수리상 소유권을 주장하며 정부와 수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는데, 최근 우루과이 법원은 최종적으로 정부 손을 들어줬다.


최종 판결에 앞서 이 독수리상에 대한 매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는데, 당시 독일 정부와 유대인 단체들은 독수리상이 네오나치 조직 등에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증오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카예 포우 대통령은 "3년 전부터 이 동상을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 작업을 우루과이의 유명한 조각가인 파불로 아트추가리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 동석한 아트추가리는 "증오의 상징을 평화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작업은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수개월에 걸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비둘기상의 완성 시점을 오는 11월 전후로 내다보고 있으며, 동상 설치 장소는 미정이다.


한편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우루과이 현지 일간지인 엘옵세르바도르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로비 쉰들러 우루과이 중앙 이스라엘위원장은 "(정부의) 놀라운 결정을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며 "경매에 부쳐 엉뚱한 곳에 쓰일 것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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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윌리엄 레이 전 우루과이 국가문화유산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이 문화재는 변형해선 안 된다"면서 "20세기의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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