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 최저시급 2배 이상 올렸는데 불만…"누가 배달주문하겠나"
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미국 뉴욕시가 음식 배달원의 최저임금을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우버이츠, 도어대시, 그랩허브 등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최저임금을 다음 달부터 시간당 17.96달러로 올린다. 이는 미 연방정부의 최저시급(7.25달러)은 물론, 뉴욕주 기준(14.20달러)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뉴욕시 내 배달근로자 6만명의 평균 시급(7.09달러) 대비로도 3배에 육박하니, 배달근로자들이나 노동자 관련 단체로선 대대적으로 ‘역사적 진전’을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이유는 뭘까.
비용부담이 급증한 플랫폼 기업들의 반발은 쉽게 예상되는 부분이다. 도어대시는 "최저임금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산업별 기준을 넘어서는 극단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우버이츠는 지나치게 상향된 최저임금이 오히려 배달근로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회사는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최저시급이 오른 배달근로자들에게서도 만만찮은 불만이 읽힌다. 이러한 불만은 크게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뉴욕시의 물가, 바이크 임대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시간당 18달러 안팎의 최저임금도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인 뉴욕 현지 물가도 물가지만, 뉴욕시의 최종 결정이 지난해 11월 제안된 시간당 24달러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점이 더 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뉴욕시가 앱 회사들의 로비를 묵인한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배달근로자에 대한 뉴욕시의 최저시급 결정은 당초 예정보다 6개월가량 늦어졌다.
더욱이 대부분의 배달근로자는 배달용 바이크를 임대하는 비용을 직접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JOCO 전기자전거의 경우 하루 6시간 대여하는 데 주당 6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원장은 "시간당 18달러선은 이러한 비용을 제외할 경우 13달러 수준"이라며 "비용을 제외한 최저시급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시급 결정에 앞서 뉴욕시가 진행한 공청회 등에서는 배달근로자들이 업무 중 겪는 각종 사고, 절도, 폭행 등의 위험성을 플랫폼 기업들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었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한 최저시급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두 번째는 ‘겉으로만 좋게 들리는 뉴스’일 뿐, 그 여파가 어디로 번질지 모른다는 회의적 시각이다. 해당 뉴스가 나온 후 레딧을 비롯한 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모든 배달근로자에게 이만큼 오른 시급을 주는 게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취지야 좋지만, 자세히 보면 뼈가 있다"는 배달근로자들의 토로도 쏟아지고 있다.
도어대시에서 일하는 한 배달근로자는 "우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배웠다"며 "이 숫자(최저시급)는 향후 배달 주문이 줄어들고 팁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배달근로자는 "누군가가 30달러 음식을 주문했을 때 팁을 제외하고 55달러가 되는 것을 본다면, 그 고객은 제품을 배달시킬까 아니면 직접 픽업할까. 그리고 높은 배달료를 낸 이후 팁까지 주는 고객은 몇이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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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이번 조치는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던 배달근로자들의 기본 생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어느 국가든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고려돼야만 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는 ‘지급 능력’과 ‘사회적 합의’일 수밖에 없다. 당장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결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지막 진영은, 이미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에 지칠 대로 지친, 대다수의 미국 소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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