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업’ 면죄부 준 大法… 노동계·재계 엇갈린 반응
대법 "불법 파업 손배소 책임, 노조·조합원 동일할 수 없어"
노동계 "묻지마식 손배소 경종"vs 산업계 "손배소 청구 원천 제한"
대법원이 불법 파업을 한 노조원들에게 가급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법정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6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은 파업 노조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쟁점과 맞닿아 있는데, 대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쟁의행위에 대한 노동자 개별 책임은 가급적 제한해야 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이 심리를 하다가 이달 초 다시 재판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小部)로 내려온 사건이어서, 13명의 모든 대법관이 이번 사건을 들여다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은 사실상 대법관 과반수가 불법 파업 노조원들에게 손배소 책임을 가급적이면 물을 수 없다는 판단에 동의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전날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항소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에서는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노동조합 차원에서 져야 하는지, 가담 정도에 따라 노조원이 개별 책임을 지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주도한 주체인 노조와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이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개별 노조원의 불법 파업 가담 정도 등을 일일이 증명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노동계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은 향후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향후 쟁의행위 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나 고정비용 손해배상청구가 일정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마식 손해배상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로,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에 계류돼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 했다.
반면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위법한 쟁의행위도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공동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공동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하여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귀책 사유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럴 경우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번 판결대로라면 단기간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피해자인 회사가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분명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묻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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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번 판결은 불법 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향후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불법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 책임 범위 입증이 힘들어 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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