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 신상공개 규정 '코에 걸면 코걸이'…"체크리스트 있으나마나"
공개 기준 명확히 해 일관성 갖춰야
경찰청, 머그샷 공개 동의 의견 국회 제출 예정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비롯된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의 신상공개 제도 기준 역시 기준이 모호해 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체크리스트도 구멍…각 시도청별 운영
1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경찰의 신상공개 검토 체크리스트(살인범죄)는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청소년 여부 ▲제한 사유(심각한 피해자 인권침해 등) 등으로 분류돼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범죄별 체크리스트 평가를 토대로 논의한 뒤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신상공개위원회에서 참고하는 체크 리스트 내용이 부실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체크리스트에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 부분은 16개 항목으로 세분화돼있으나 '범행 과정상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공포 고통 유발', '피해자 다수' '피의자가 공적 인물 또는 유명인으로 국민적 관심 집중' '다른 유사 범행의 존재 가능성' 등으로 명시돼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는 '피의자의 얼굴 등의 정보 공개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일 때'라고만 돼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가 명확히 어떤 행위를 말하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죄명을 획일화하는 등의 구체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실패한 살인 미수도 중대범죄에 포함되는지, 송치 이후 죄명이 변경된 경우는 피고인 신분에서 신상공개가 가능한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시도청별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결정 권한과 책임도 각자 진다. 또 신상공개위원회 구성 시 여성 포함 기준 등도 따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할 때 자연스럽게 남자, 여자 성비를 고려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죄명 획일화·신상공개위 설치 法 마련해야"
이처럼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유사한 강력 범죄라도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이에 죄명에 따라 공개 예측이 가능하도록 평가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과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여·23)의 경우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할 필요가 크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됐다. 반면, 지난해 10월 광명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 남성은 아내와 두 자녀를 잔혹하게 살해했지만 피해자가 가족이라는 점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새로운미래를위한 청년 변호사모임은 "신상공개 제도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형사법 대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공개한다면 경찰청 내부지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 등에 위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신상공개위 설치 근거 및 구성, 판단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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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무부는 피고인 신분일 경우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점과 머그샷을 찍어 공개하는 방법 등도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국민이 피의자를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공개하는 데 동의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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