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수용소 탈북자 2000명…북송 위기
美의회 CECC, 재중 탈북자 인권문제 논의
"북송 가혹처벌 외면…中, 김정은과 똑같아"

코로나19 봉쇄가 끝나고 북중 국경이 개방되면 수천 명의 탈북민이 강제로 북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의회에서 제기됐다. 중국이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 종착지'가 되고 있다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경고가 나온 데 이어 국제사회의 '대중(對中) 압박'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4일 북한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협의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이하 위원회)는 전날 '중국 내 탈북민의 강제북송 위기'를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과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국제협력디렉터,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등 우리 측 인사들이 '전문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우리 측 전문가 증인. 왼쪽부터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과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국제협력디렉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우리 측 전문가 증인. 왼쪽부터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과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국제협력디렉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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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한 뒤 중국내 구금시설에 붙잡힌 탈북자는 2000명 내외로 추산된다. 송한나 디렉터는 이 수치를 거론하며 중국 공안의 탈북자 구금시설 확장을 시사하는 위성 이미지를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촬영된 사진은 2019년 9월과 비교할 때 기존 건물의 지붕이 교체돼 개·보수가 추정됐고, 다수의 새 건물이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송 디렉터는 "전직 중국 관료나 억류를 경험했던 이들과의 인터뷰 및 현장조사를 통해 북한 국경에 자리 잡은 주요 중국공안변방부대(PSBDC) 구금시설 6곳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무산군에 인접한 중국 허룽시 소재 구금시설에 대해 "위성 이미지상 감시탑을 둘러싸고 새로운 펜스와 추가 시설 건설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목했다.

그는는 "북한이 중국과 국경을 다시 개방하면 중국은 탈북자를 북한으로 추방할 것"이라며 "만일 대규모 송환이 시작되면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이어 "(북송) 생존자는 구타와 전기 충격, 성폭행 등 고문에 대해 상세히 언급했다"며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보수나 기본권 없이 혹독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강요받는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중국 당국은 탈북자를 단속하기 위해 안면인식을 비롯한 감시 기술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최근 3년 동안 탈북 브로커 비용이 크게 증가한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송 디렉터는 "브로커 비용이 코로나19 전 인당 2000만원에서 올해 초 5000만원까지 늘어났다"며 "브로커가 보안 문제 탓에 1억원 제안까지 거절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유엔 이어 미국까지…'재중 탈북자' 인권유린 공론화
중국 공안의 탈북자 구금시설 위성 이미지 [사진제공=북한인권정보센터]

중국 공안의 탈북자 구금시설 위성 이미지 [사진제공=북한인권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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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에 앞서 지난달 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재중 탈북여성에 관한 인권 유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제기구에 이어 미국까지 대중 압박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유엔에서 재중 탈북여성이 겪는 인신매매, 강제결혼, 성폭행 등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배경에는 우리 인권단체들의 보고서가 있었다. 미 의회 증인으로 한국 인사들이 출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북한은 부족한 자원을 대량살상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국경에 일종의 보안 장벽을 건설하는 데도 전용했다"며 자국민(북한 주민)을 영구적으로 가둬놓기 위해 설계된 '주체 장벽(Juche wall)'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탈북자를 도운 조선족 목사들 중 일부는 북측에 의해 암살당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또한 외면하고 있다"며 "한민족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 임신한 탈북 여성과 그 아기가 낙태·영아살해에 노출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신 분석관은 국경 개방 시 대규모 강제북송으로 실제적 위기가 초래되기 전 국제사회 움직임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으로의 추방을 앞둔 북한 수감자 수 ▲'거주 허가증'을 발급받은 북한 사람의 수 ▲북한 여성과 중국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수 ▲북한 사람의 난민 신청 절차의 존재 여부와 관련 데이터 등을 중국 정부가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침해에 공모한 중국 측 개인이나 단체를 겨냥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진전이 없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를 지목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북한인권 문제를 무시한 망상적 평화 정책을 추구했다"며 "김정은에 구애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 또한 잘못됐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인종차별 정책으로 유엔에서 '자격 정지'를 당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유엔이 북한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中, 김정은 벗어난 탈북자들 '고기 분쇄기'로 던졌다"
2018년 9월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여성들이 평양 외곽에서 열린 ‘조선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군’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Getty image]

2018년 9월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여성들이 평양 외곽에서 열린 ‘조선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군’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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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에선 중국 내 탈북자가 노출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나름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에 이어 미국까지 압박에 나선 만큼 '탈북자 강제송환' 정책은 중국 정부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ECC 의장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공화)은 "탈북여성 80%는 인신매매 희생자로, 성매매 산업에서 착취되고 있다는 경악스러운 추정이 있다"며 "이런 불법으로 북한-중국 범죄조직이 내는 수익은 연 1억500만 달러(약 1340억원)"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연례 보고서에서 '재중 탈북자'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올해 연례 보고서에선 이 문제만 따로 다룬 별도 보고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CECC는 2000년 설립 이래 해마다 중국의 인권과 법치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잭 넌 하원 의원(공화)도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치하에서 매년 살해되거나 굶어 죽고 일하다 죽고 있다"면서 "북한 사망자 수는 연간 30만명에서 8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탈북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에서 탈출했지만, 중국 정부에 의해 다시 그 '고기 분쇄기'로 던져진다"며 "중국도 북한과 똑같은 책임이 있으며, 북한과 중국은 같은 부류의 인권 범죄자"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중국의 비인권적 행동과 김정은의 인권침해에 책임을 묻기 위한 엄격한 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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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무역대표부 소속 직원의 아내와 아들이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탈북 행렬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개방하고 인적 왕래를 재개할 경우 본국으로의 복귀를 꺼리는 외교관 등이 탈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3개월 정도가 흘렀는데 과거 정부 5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일 만큼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탈북민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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