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 등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정비된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량 및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2016년~2018년 경찰 수사 기술유출 사건 관련 재판 결과 현황자료. 특허청 제공

2016년~2018년 경찰 수사 기술유출 사건 관련 재판 결과 현황자료. 특허청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13일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전날 열린 ‘제125차 양형위원회’에서 영업비밀 침해 등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이 정비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양 기관이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안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 제안서’가 채택된 것이다.


양형위원회는 제안서 채택에 따라 내년 4월(제9기 양형위원회 임기 내)까지 기술유출 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을 정비하게 된다.

기술범죄에 관한 양형기준 정비는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심화된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의 우수 기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른바 솜방망이식의 처벌로는 국내 기업의 우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맥락에서다.


실례로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따르면 2018년~2022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이며, 이들 사건과 관련된 경제적 피해규모는 2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수면 위로 드러나지(적발되지) 않은 사건을 고려할 때, 기술유출로 발생하는 피해규모는 더 막대할 것이라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반면 기술유출 범죄가 갖는 파급효과에 비해, 처벌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2019년~2022년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 비율은 10.6%(445건 중 47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지난해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야기했다. 영업비밀 해외 유출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이지만, 실제 내려진 처벌 수위는 미약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해결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양형기준 정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


양형기준 정비 방안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병행 추진하고, 국정원·산업부·중기부·경찰청·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양형기준 정비를 위한 협력 방안 논의를 계속해 온 것이다.


특히 지난달 양 기관은 공동으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개최해 기술유출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양형기준 개선방안 및 기술유출 범죄의 피해규모 산정방안을 논의하고, 최근 양형기준 정비 동향을 파악하는 데 협력했다.


제9기 양형위원회가 7년 만에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을 정비하기로 결정하는 데 특허청과 대검찰청의 역할이 컸던 셈이다.


양형위원회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양형기준 정비를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선 초범이 많고 피해규모의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형량의 가중, 감경 요소 및 집행유예 판단기준 개정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2019년 강화된 영업비밀 침해범죄 법정형이 소송 실무에 반영될 수 있도록, 권고 형량을 상향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우선 양형위원회가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특허청과 대검찰청 등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수정·보완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최종안이 도출돼 양형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새로운 양형기준은 시행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AD

이인실 특허청장은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양형기준을 정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특허청은 지식재산 주무부처인 동시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소관부처로, 기술유출 범죄에 적합한 양형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