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명 모여 군 부대 내 불법 촬영
은밀하게 운영…운영자 신원 파악 안 돼
현역 군인들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서 부대 내 다른 병사들의 몸을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 등 불법 촬영물이 공유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텔레그램 방의 참여 인원은 700명이 넘었다.
10일 SBS는 전날 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듯한 제목의 한 텔레그램 방에서 현역 군인과 예비역으로 보이는 700여 명이 모여 이 같은 촬영물을 공유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에 올라온 사진은 수백 장, 동영상은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대화방에는 "몰카, 몸캠 교환할 분 디엠 ㄱㄱ", 다시 말해 불법 촬영한 다른 사람의 몸을 공유할 사람은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연락 달라는 메시지가 올라오는가 하면, 실시간으로 옆 방 동기의 신체를 몰래 찍은 사진이나 부대 내 화장실에서 다른 병사를 찍은 사진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게시물 대부분은 피해자 모르게 촬영한 불법 촬영물로 보이는데, 이 방의 존재를 알린 제보자에 따르면 '몸 좋은 선임 있다'고 하면 (방 참여자들이) '선임 사진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운영이 이뤄졌다.
해당 방 운영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참여자를 모았는데, 30대 미만의 현역 군인과 입대 예정자 또는 전역자로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이 방 외에도 참여자를 더 제한한 현역 군인 방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급여 명세서로 인증을 받은 현역 군인과 군 간부만 가입할 수 있는 이 방에는 부대 내 생활관 등에서 촬영한 병사들 사이의 은밀한 영상 등 훨씬 더 수위가 높은 게시물도 올라왔다.
불법 촬영물을 올리는 탓에 방의 운영도 은밀하게 이뤄졌는데, 운영자 트위터에 링크를 올린 뒤 10분 만에 삭제하고 이어 다른 링크를 올리는 방식으로 제2, 제3의 방을 연달아 만들며 참여 인원을 관리했다. 이 방의 운영자는 한국군인을 뜻하는 아이디를 갖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군부대 내에서 군인 간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은 군형법상 징역 2년 이하의 범죄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 대해 국방부는 SBS에 "얼마나 많은 부대와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개입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면서 "군 기강 저해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장병 대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전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