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산업, 30년 미래를 보다]
②아일랜드 브리든 키네가드 공장
대체연료, 지역·단체에 꾸준한 설득
엄격한 품질 관리·외부 환경 심사
"30초 후 발파합니다. 쓰리, 투, 원…. 쾅!"
아일랜드 브리든(Breedon) 시멘트 공장 투어는 석회석 광산 발파로 시작됐다. 국내에선 안전 문제로 대중에게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장면이다. 2002년부터 개발된 이 광산은 400에이커(약 1600㎡) 규모다. 이날 발파로 6t 규모의 석회석을 채굴할 수 있게 됐다. 한 달에 3~4번꼴로 발파한다고 한다.
공장 관계자는 "사전 위험성 평가를 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특별히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안전도 회사 경영의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삼고, 사전교육을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광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설비를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은 광산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20여년간 함께 해왔다.
지난 23일 방문한 브리든 공장은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서쪽의 키네가드에 있다. 광활한 숲과 벌판 한가운데 있는 공장은 민가와 2㎞가량 떨어져 있다. 연간 생산량은 50만t이고 최대 생산량은 70만t 수준이다. 2006년부터 유연탄 대신 대체연료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하는 연료의 77%가 대체연료다.
기자단은 검은 돌멩이 모양의 시멘트 반제품 '클링커'를 만드는 소성로(킬른) 근처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낀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중앙관제센터를 시찰했다. 이곳에선 광산부터 킬른, 시멘트 포장 라인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킬른 안에선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현재 대체연료가 88% 비중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표시도 떴다.
브리든 공장은 폐기물 수급 관련 고충이 없을까. 공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폐기물을 수출했지만 지금은 수출하지 않고 자국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춘다"고 했다. 유연탄과 비슷한 열효율을 내기 위한 대체연료의 품질 관리도 엄격하게 이뤄진다. 브리든 키네가드 공장의 톰 맥 매너스 지속가능담당은 "대체연료를 사용하면서 6개의 환경 관련 인증서를 받았다"면서 "대체연료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인증서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환경기준을 세우고,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독립된 외부 단체에서 심사하고 있다고 한다.
브리든 공장은 적극적 소통과 상생협력으로 대체연료 활용을 늘릴 수 있었다. 톰 맥 매너스 지속가능담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3가지 관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첫 번째는 지역사회와 관계입니다. 두 번째는 환경단체, 세 번째는 저희 직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사전에 정보를 함께 나눕니다." 지역주민들과 회의를 열어 공정 과정을 보여주고, 웹사이트를 통해 많은 정보를 나누면서 신뢰 관계를 다졌다고 했다.
데클린 카 공장장은 "모든 시멘트 회사는 각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모든 사람을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길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브리든 공장 역시 앞서 본 독일 사례와 마찬가지로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데클린 카 공장장은 "넷제로(탄소중립)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서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지금은 t당 130유로인데 2배로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시멘트는 레미콘(콘크리트) 관련 산업에 90% 이상 판매되는데,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레미콘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수용토록 하는 일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납품대금 연동제도 시멘트 가격 인상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납품대금 연동제란 기업 간 수위탁 거래 계약서를 쓸 때 원자재 가격 변동 시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제도를 말한다. 연동제는 시멘트가 납품대금 중 10% 이상이 되는 레미콘 업체(수탁 중소기업)와 건설업체(위탁 대기업) 간의 계약에 적용될 전망인데,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체들도 연동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네가드(아일랜드)=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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