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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코로나 감염 집단소송 1심만 2년째… 정부 '감염경로' 석명 거부·허위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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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측 석명 거부에 재판부 최근 불만 드러내
지난해 4월 재소자 패소한 사건 변호사 없이 진행돼
추미애 전 장관 국회 발언과 상치되는 주장… “소송사기로 형사고발 검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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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피해 재소자와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 재판이 2년이 넘도록 1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판부가 '피해 재소자들이 접촉한 교도관과 감염 경로 등을 밝히라'는 명령을 거부한 정부 측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장 정부 측 불성실한 석명에 불만 표시… “일응 책임이 있지 않느냐”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박 부장판사는 “지난번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는데, ‘재소자를 어디로 옮겼고, 누구랑 있다가 확진이 됐다’는 정도는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정부 측 대리인에게 말했다. 석명준비명령은 재판부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원고나 피고 등 당사자에게 설명 또는 증명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사항을 지적하고 변론기일 이전에 이를 준비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또 박 부장판사는 “국가 아닙니까?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입증책임으로 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사실관계가 정리가 안 되면 재판을 할 수가 없어요”라고 재판 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피고 측 과실과 손해발생의 인과관계 등은 원고인 재소자나 가족 측이 입증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 공간인 구치소 내에서 일어난 사고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 측에서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해줘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 측은 구치소에 갇혀 있다가 집단감염이 생겨서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일응 보면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라며 “‘비록 집단감염이 있었더라도 ‘배상책임을 질 일이 아니다’에 초점이 있어야지 ‘원고가 알아서 해봐라’는 아닌 것 같아요”라고도 말했다.


현재 민사18부는 2021년 1월 당시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피해를 본 재소자 2명과 가족 7명이 대한민국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과 같은 해 3월 재소자 8명과 가족 32명이 접수한 사건, 같은 해 7월 재소자 8명과 가족 24명이 접수한 사건 등 3건을 병합해 심리 중이다. 원고 수만 총 81명이다.

애초 2021년 1월에 접수된 사건은 같은 해 3월 조정에 회부됐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못했고, 같은 해 6월 합의부로 이송됐다. 재판부는 몇 차례 변론기일을 거쳐 올해 1월12일 피고 대한민국 측에 재소자들이 접촉한 교도관과 구치소 내 감염 경로에 관해 석명하라는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1월17일 변론기일을 앞두고 내린 명령이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판부의 석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3월28일로 예정된 변론기일을 앞두고 3월17일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을 통해 석명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부 측은 “접촉한 교도관이 누구인지 현재 특정하기 어렵고, 수용거실 및 수용인원은 수용시설의 구조와 규모에 관한 정보를 추측하는 것이 가능해 계호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유를 들었다.


현재 피고 대한민국(소관부서 법무부)은 정부법무공단에서 대리를 맡고 있다. 추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피고 측이 재판부의 석명 요구에 응하지 않자 재판부는 지난 3월 원고 측 대리인에게 가능한 범위에서 당시 감염된 재소자들이 접촉한 교도관들과 재소자들의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피해자인 원고 측을 대리 중인 박진식 법무법인 비트윈 변호사는 사건을 처음 수임할 당시 재소자의 가족들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그사이 출소한 재소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관련 내용을 취합, 재판부에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6월 서울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된 진정 사건들을 조사한 결과 “교정시설의 미흡한 대응을 확인했다”며 법무부에 서울동부구치소에 대한 기관경고를 요청했다. 당시 인권위는 조사 결과 서울동부구치소가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결과 확인도 거부했으며 ▲1차 전수검사 결과를 수령한 직후 밀접접촉 수용자 185명을 4시간 동안 한 공간에 대기시키며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고 ▲2차 전수검사 결과통지 후 감염경로가 다른 밀접접촉 수용자들을 같은 거실에 수용하고, 유증상자를 구분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소송의 원고 중에도 이처럼 서로 다른 군의 밀접접촉자들과 함께 수용돼 지내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4월 재소자 패소, 판결 이유 기재 안 돼… 이번 재판에서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 기준 제시될 듯

앞서 지난해 4월 서울동부구치소 수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재소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7단독 우광택 판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법무부의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소가가 3000만원에 그쳐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소액사건심판법은 소가가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사건의 경우 판결을 선고할 때 주문을 읽고 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되, 판결서에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다. 다만 해당 사건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않고 재소자가 직접 수행해 주장,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여러 재소자가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사실을 변호사를 통해 주장하고 있고, 합의부 사건으로 반드시 판결 이유를 기재해야 하는 만큼 원고들의 청구가 인용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수용시설 내 재소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0년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수용자가 확진자 과밀수용과 서신 발송 금지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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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측 “직원과 수용자 역학적 접점 없어”… 추미애 전 장관 발언과 상치되는 주장

한편 재판 과정에서 정부 측은 과거 추 전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한 내용과 완전히 상충하는 주장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측은 2021년 5월20일자 답변서에서 “(2020년) 11월말 시작된 직원 관련 중심의 1차 유행과 12월 초 시작된 수용자 중심의 2차 유행은 바이러스 특성이 서로 상이할 뿐만 아니라 유행간 역학적 접점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각의 유입 경로는 서로 다르고 동일 유형이 아닌 각각의 유형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1년 1월8일 추 전 장관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했을 당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장관께서는 ‘사회 대 전파기에 무증상 수용자가 들어와서 대규모로 확산했다’고 말했는데, 처음으로 12월14일인가 수용자 한 사람이 확진됐어요”라며 “이 확진 원인이 뭔지 압니까? 감염 경로가 어떻게 되는 줄 압니까? 예? 알아요? 모르잖아요”라고 추 전 장관을 추궁했다.


이어 김 의원이 “최초 수용자 확진자가 기존에 확진됐던 12명 직원 중 한명으로부터 감염이 된 거예요”라고 말하자, 추 전 장관은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당시 추 전 장관은 “그 (확진된) 직원들이 접촉한 사람들은 다 파악을 해서 즉시, 전수조사는 다 마쳤다”고도 했다.


결국 당시 추 전 장관은 서울동부구치소로부터 수용자 중 첫 확진자가 교도관으로부터 감염된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답했는데, 이제 와서 정부 측이 교도관들의 감염과 재소자들의 감염 사이에 접점이 없었고, 바이러스도 상이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정부가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을 통해 재판부를 기망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려고 한 것으로 소송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5월20일자 최초 답변서에서 박범계 장관 당시 법무부 측의 답변이었다.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나 동부구치소에서 이와 같은 허위 주장을 누가 했는지 밝히고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며 “허위 주장을 한 관련자가 밝혀지면 소송사기로 형사고소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는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10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법무부의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졌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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