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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신인류<상>]'MZ 놀이터' 탈바꿈하자 '영+리치' 지갑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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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자 미술관이자 패션쇼장 된 백화점
2030 매출비중 40%…영VIP 25~31%
경기 위축·소비 분산 시대에도 MZ 중요성↑

편집자주영업 공간을 포기하고 한 개 층을 헐어 실내 공원을 만드는 등 공간 혁신에 나선다. 전시·교육·문화를 아우르는 복합공간을 만들기 위해 추가로 건물을 사들인다. 최근 국내 백화점의 이 같은 변화 뒤엔 코로나19를 넘어오면서 백화점을 방문하는 고객층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이 자리했다. 바로 ‘젊은이(영 피플)’와 ‘부자(리치 피플)’의 확대다. 새롭고 힙한 아이템과 공간에 시간과 돈을 쓰는 젊은 세대 라이프스타일의 전환, 아낄 땐 확실히 아끼고 쓸 땐 과감하게 쓰는 소비 방식의 변화는 백화점 내 모든 카테고리에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확대를 낳았고, 유명 전시를 백화점에서 먼저 찾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유동성의 시대를 거치면서 자산을 크게 불린 ‘영앤리치’는 백화점의 또 다른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 엔데믹과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가 드리운 현재, 부의 양극화 역시 심화하면서 VIP 마케팅은 백화점의 강력한 매출 뒷받침이 되고 있다. 최근 백화점의 변화와 향후 움직임, 변화를 만드는 엔데믹 소비 신인류를 분석한다.

Q. 다음 각 장소는 어디일까.

①10대 A씨가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 찾은 곳.

②20대 B씨가 서울 연남동 ‘줄 서는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향한 곳.

③30대 C씨가 온라인 구매만 가능했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재킷을 사러 방문한 곳.


정답은 모두 ‘백화점’이다. 2023년 백화점은 ‘여러 가지 상품을 부문별로 나눠 진열, 판매하는 대규모 현대식 종합 소매점’이란 전통적 정의를 넘어 전국의 맛집·카페, 이름 있는 전시를 유치하는 미술관,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발 빠르게 선보이는 패션쇼장으로 거듭났다. 젊은 세대가 놀기 위해 성수동으로, 한남동으로, 망원동으로 흩어지는 이유를 한데 모은 복합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지난 19~29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체험형 테니스 팝업스토어 '더 코트'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지난 19~29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체험형 테니스 팝업스토어 '더 코트'에 방문객이 북적이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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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결과, 2030세대의 백화점 방문 빈도는 크게 높아졌다. ‘때로는 성수동 나들이가, 때로는 전국 유명 관광지 여행이 되게 해 줄 테니 백화점으로 와서 지갑을 열라’는 젊은 세대를 향한 백화점의 유혹이 통한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3년 백화점의 2030세대 매출은 서서히 그 비중을 늘려, 전체 매출의 40% 내외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1~4월 역시 신세계백화점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38.2% 수준이다. 과거엔 백화점이 ‘중년 자산가의 전유물’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엔 10대 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젊은 층을 오히려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2021년 ‘MZ세대 놀이터’를 표방하며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개점 후 2년간 방문객 8000만명 가운데 65%에 달하는 5200만명이 30대 이하 고객이었다.


변화의 큰 흐름 속 백화점이 특히 공을 들인 건 ‘젊으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의 확대다. 백화점 업계가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 잡기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경쟁사 대비 눈에 띄는 혜택으로 미래 VIP를 해당 채널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이 꺼내든 건 ‘와이 커뮤니티’다. 잠실점과 본점에서 운영 중인 20~35세 대상 유료 멤버십으로 ‘10만원을 내면 10만원 상당의 환영 선물을 받고, 10% 금액 할인권과 무료 주차, 무료 커피 등 VIP에 버금가는 혜택도 누린다’는 콘셉트다. 2021년 시작해 최근 누적 회원 수가 5000명을 넘어섰다. 3~4개월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와이커뮤니티의 가입자 수는 시즌마다 전 시즌 대비 약 30% 증가하고 있다. 회원 매출도 럭셔리 상품군을 중심으로 가입 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2021년 처음 도입한 ‘클럽 YP’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9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 YP는 구매 금액 3000만원 이상 또는 기부 우수자, 봉사 활동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더현대 서울, 판교점에서 VIP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발레파킹, 명품 구매 시 6개월 무이자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오픈한 VIP 전용 ‘클럽YP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보다 발 빠르게 2017년부터 400만원 이상을 사용하면 패션·잡화 최대 7% 할인 및 멤버스바 이용, 무료 주차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VIP 레드등급을 도입, VIP 입문 허들을 낮추면서 MZ세대 유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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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은 코로나19 시기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으로 수많은 ‘영앤리치’가 양산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 주요 백화점의 VIP 연령이 확 낮아진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15~19% 수준이던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VIP 중 2030세대 비중은 올들어 25~31%까지 증가했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백화점의 고민이 커진 현재에도 2030세대의 중요성은 부피를 줄이지 않고 있다. 명품을 중심으로 한 ‘보복 소비’ 행태는 줄어들고 해외여행 등으로의 소비 분산이 발생하는 한편 자산 인플레이션 축소,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백화점 3사의 올해 1분기 명품 매출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 전후를 나타냈던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코로나19 기간 소비 쏠림 현상에 따른 높은 기저로 올해 전체 실적 역시 주춤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백화점 업계의 ‘MZ세대 모시기’는 오히려 강도를 키우고 있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이 이미 소비 방식의 변화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데다, 2030세대가 미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각 사는 엔데믹 소비 신인류를 위한 신개념 백화점으로의 전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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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전국 매출 수위권인 잠실점을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만든다는 목표를 앞세워 MZ세대 모으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체험형 테니스 팝업스토어 ‘더 코트’엔 오픈 3일 만에 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올해 점포 리뉴얼에도 3889억원을 투자한다.


신세계백화점도 강남점에 2030세대를 겨냥한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마련한 데 이어 센텀점 ‘하이퍼 그라운드’ 등 전국 주요점에 MZ 전용관을 만들고 고객몰이에 나선다. 하반기 중 강남점 영패션전문관을 새단장하고, SSG닷컴 신세계백화점몰 신백선물관을 확대하는 등 온·오프라인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은 영업 면적을 과감히 포기, 백화점 내 다양한 문화 공간을 만드는 한편 2030세대에게 소구하는 브랜드를 대거 유치해 성공을 거둔 ‘더현대’ 브랜드를 전국에 전파한다는 방침이다. 더현대 서울에 이어 대구가 문을 열었고, 광주에선 복합쇼핑몰에 더현대 브랜드 붙인다. 판교점·목동점에도 MZ 전문관이 도입됐다. 올해 2600억원을 투입해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 등을 재단장한다. 갤러리아는 최근 895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구 명품관 인근에 건물을 매입했다. 2027년 이곳에 MZ세대를 위한 실험 복합공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고객 선점, 엔데믹 이후 돌파구를 찾기 위한 고객 스펙트럼 확대 차원에서 백화점들의 MZ 고객 확대 움직임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세대를 포함한 소비자들은 백화점을 이제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리드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특히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는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동경이 있어 이들에게 압도적인 매장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으로 백화점의 변화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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