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 사태 시나리오, 김정은 급사·주민 봉기 등
"北 경제난 심각…코로나 통제 풀려 탈북민 늘 것"
이달 초 일가족이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가운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대규모 '보트 피플' 발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일가족 탈북의 계기가 북한 내 경제 사정 악화와 사회통제 강화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북한 내 급변 사태가 일어나 대규모 보트 피플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권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판 집단 보트 피플 대책을 묻는 말에 "정부 입장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고, 실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트 피플이란 1970년대 베트남전을 전후로 발생한 난민이 작은 선박을 이용해 해로로 탈출한 데서 유래된 말이다. 주로 국가 멸망이나 정권 교체 등 급변 사태에 탈출하는 난민들을 일컫는다.
이번 질문은 최근 일가족 귀순과 관련해 북한 내 급변 사태 발생 시 대규모 보트 피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한 것이었다.
권 장관은 이번 일가족 귀순의 배경에 북한 내 경제 사정 악화와 코로나19 통제 완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북한 경제 사정, 특히 식량 사정이 예년과 비교해 악화한 부분은 틀림없이 있다"면서도 "이번 탈북민은 그러한 사정 외에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느슨해진 부분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부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1년 이후 급감했던 탈북민 숫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북한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북한은 3년째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특히 식량 사정 같은 경우에는 이미 상당 부분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고, 중국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예측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라며 급변사태와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6일 YTN 뉴스라이브에서 "매우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우리 정부는 진보든 보수든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계획을 갖고 있고 매년 이를 업데이트한다"며 "우선 북한 내에서 주민 봉기가 일어나면서 현 김정은 체제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고, 통치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1994년 김일성 급사 당시와 1990년대 후반 최소 100만명이 아사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북한 급변사태의 가능성 얘기가 나왔다"고 부연했다. 지도자의 사망이나 건강 악화 혹은 경제난 등으로 현 체제가 흔들리면 대규모 보트 피플 사태가 나타날 만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가족 귀순의 배경으로는 북한 내 경제 사정 악화와 더불어 사상 교육을 꼽았다. 박 교수는 "일가족 중에 미취학 아동도 있었는데, 북한 체제가 강압적으로 김정은 일가에 대한 사상 주입을 하지 않나"라며 "그렇게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 제기가 있었고, 아이들을 공적인 교육 시스템에 넣기 전에 탈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탈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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