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출 '0원'에도 현장경영으로 극복
2025년 자회사 2개 도쿄 증시 직상장 예정
일본 넘어 유럽, 북미 등 글로벌 진출도 계획

요즘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올해로 일본 진출 20년째를 맞은 중소기업이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성년을 맞은 ‘스무살’ 지란지교재팬이다. 2004년 일본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일본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동안 거래한 일본 기업만 1만5000여곳에 달한다. 지난해 지란지교재팬 계열사의 매출은 147억원. 지란지교그룹 매출(1347억원)의 10%를 넘어섰다.

오치영 지란지교재팬 대표(왼쪽)와 안정선 다이렉트 클라우드 대표(사진=지란지교 제공)

오치영 지란지교재팬 대표(왼쪽)와 안정선 다이렉트 클라우드 대표(사진=지란지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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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재팬은 다이렉트클라우드와 제이시큐리티를 비롯해 산하에 6개의 회사를 두고 있다. 고객사로 캐논 IT 솔루션, 후지쯔,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도 있다. 일본 ‘직상장’도 가시권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다이렉트클라우드와 보안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이시큐리티는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증권과 손잡고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2025년 도쿄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도쿄 증시는 기업규모에 따라 대기업 중심 ‘프라임’, 중견기업 중심 ‘스탠다드’, 벤처기업 중심 ‘그로스’ 등 3개로 나뉜다.

3년간 매출 ‘0원’에도…발로 뛰며 극복
일본 정보보호 분야 전시회 IST에 참여한 다이렉트클라우드(사진=지란지교 제공)

일본 정보보호 분야 전시회 IST에 참여한 다이렉트클라우드(사진=지란지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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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재팬의 진출 초기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현지 사무소 설립부터 인력채용, 법인통장 개설 등 하나하나가 모두 가시밭길이었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거의 없었다. 일본에선 ‘신인’이나 다름없는 업체와 일을 하려고 손 내미는 기업도 없었다. 첫 3년간 매출은 ‘0원’이었다. 지란지교그룹 내부에서 일본 사업을 철수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란지교그룹 창업자인 오치영 지란지교재팬 대표는 직접 발로 뛰는 ‘현장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한달에 2~3번씩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1년에 절반 가까이 일본에 머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인연과 네트워크가 싹트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협업 중인 ‘트라이포드 웍스’가 대표적이다. 지란지교재팬 일본 진출 초기 트라이포드웍스도 신생 업체였다. 소프트웨어를 유통해주는 기업이다. 직접 계약이 활발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대부분 이런 회사를 거쳐 계약을 맺는다. 한국과 일본의 신생 업체는 그렇게 서로 손을 맞잡고 동반 성장해왔다.

일본의 ‘장인정신’ ‘매뉴얼’에 적응

일본과 한국 기업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조금 느리더라도 꼼꼼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다. 가령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기 전 한국의 검사항목이 1000개라면 일본은 1만개가 기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먼저 업데이트하고 매뉴얼을 고치는 한국과 달리 매뉴얼부터 고치고 업데이트를 하는 곳이 일본이다. 매뉴얼에 없는 업데이트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뉴얼의 나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지란지교재팬은 이런 일본의 문화를 적극 받아들였다. ‘현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철학을 갖고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 시장을 두드린 소프트웨어 회사는 많지만 20년간 살아남은 회사는 많지 않은 이유가 이런 문화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팬투글로벌’
일본 정보보호 분야 전시회 IST에 참여한 제이시큐리티. 왼쪽은 오치영 지란지교 재팬 대표(사진=지란지교 제공)

일본 정보보호 분야 전시회 IST에 참여한 제이시큐리티. 왼쪽은 오치영 지란지교 재팬 대표(사진=지란지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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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그룹이 일본을 최우선 해외진출 거점으로 꼽은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었다. 일본의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925억달러로, 한국(151억달러)의 6배 수준이다. 세계 3위 규모다. 또한 첫 거래와 신뢰 형성 기간이 한국보다 길지만, 일단 계약관계를 맺고 나면 수십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누릴 수 있다는 곳이 일본이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한국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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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란지교그룹은 ‘비욘드 재팬’을 꿈꾸고 있다. 안대근 지란지교파트너스 대표는 “까다롭다고 소문난 일본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인정받기 쉽다”며 “일본을 거점삼아 앞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직상장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의 우수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성년이 된 지란지교재팬은 새로운 모멘텀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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