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던 공장서 국제우편으로 마약 수령
“누나가 보낸 소포인 줄” 항소했으나 기각
법원 “사회적 해악 고려하면 엄벌 합당”

국제우편물로 수억원어치의 마약을 국내에 들여온 20대 태국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국 국적의 A(29)씨는 지난해 3∼4월 태국에 있는 공범과 함께 필로폰 성분이 함유된 야바 1만6144정을 과자 상자에 숨겨 반입하기로 공모했다.

야뱌(yaba)는 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을 가진 암페타민계 합성 마약이다. A씨가 국내로 들여온 야바는 시가 2억 9000만원에 달한다.


국제특급 우편물로 보낸 마약 소포는 인천공항을 통해 같은 해 5월 10일 A씨가 근무하는 충남 당진의 한 공장에 도착했다. A씨는 오후 7시 50분경 우편물을 수령했다. 당시 그는 다른 직원들이 택배 보관소에 있는 우편물을 가져가고 나서, 야간작업을 마치고 10분을 기다리다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소포를 찾아갔다.

그러나 해당 우편물은 수사기관이 파놓은 함정이었다. 마약류가 숨겨진 화물을 바로 수거하지 않고, 목적지로 배달되도록 한 뒤 현장에서 수취인과 공범을 검거하기 위한 이른바 ‘통제배달’이었던 것. 두 달 전에도 수사기관이 통제배달을 실시하며 CCTV가 설치된 사무실 앞에 마약이 든 소포를 놓아뒀는데, 다른 직원들은 소포를 확인했으나 A씨만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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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마약류로 추정되는 흰색 가루와 계좌번호를 주고받은 내역이 발견됐다. 또 A씨가 긴급 체포된 당일 라오스의 IP로 소포의 배송 현황을 조회한 기록이 나왔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A씨는 “태국에 있는 누나가 보냈거나, 다른 동료가 수거하는 걸 잊어버린 줄 착각해 소포를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누나가 보낸 우편물 사진과 해당 사건의 소포는 외관도 확연히 다르고, 공장에 태국인 동료는 3명밖에 없어서 수취인을 착각할 리 없었을 것”이라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피고인이 수입한 야바는 도매가격으로 3억원, 소매가로는 무려 16억원에 이르는 대량”이라며 “마약류 수입 범죄는 가담자나 범행 경위를 밝히기가 쉽지 않고, 유통될 경우 초래되는 사회적 해악을 고려하면 엄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원심 판단은 합당하다”며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 2월 “지난해 마약류 밀수 사건 771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마약류 적발량은 2018년 362㎏, 2019년 412㎏에서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148㎏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에는 1272㎏으로 급격히 늘었다. 국가 간 여행이 어려워진 반면 특송화물, 국제우편 등을 이용한 비대면 마약 밀수가 증가한 탓이다. 지난해 마약 적발량 중 94%는 국제우편 또는 특송화물을 통해, 5%는 항공여행자를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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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국제 마약밀수 조직이 개입된 국내 유통·판매 목적의 대규모 밀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의 시장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서 반입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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