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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빵' 먹고, '레고' 수집하고…'덕후노믹스'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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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게임·만화 찾는 어른들
'덕후'에게 선택 받은 상품들 매출 '쑥'

#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주말이면 완구점을 찾아 새로 나온 레고나, 장난감을 산다. 김 씨는 "나이 먹은 사람이 장난감을 모은다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건전한 취미 생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 같은 '덕후'들의 선택을 받은 제품은 무섭게 팔려 나간다"라고 강조했다.


게임, 만화 등 어느 한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를 통칭하는 의미인 '덕후'들의 소비력이 늘고 있다. '덕후'는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말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른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오타쿠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말로, 본래 '집'이나 '댁(당신의 높임말)'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취미 생활을 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열정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 특히 '덕후'들의 관심을 받는 상품이 상당한 매출을 올리면서, 이른바 '덕후노믹스'라는 말도 나왔다. '덕후노믹스'는 일본에서 먼저 등장한 신조어로 덕후들에 힘입어 성장 중인 산업을 말한다.


서울 창신동에 있는 한 완구점.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레고' 마니아, '슈퍼마리오' 마니아, 성인들이 종종 완구점을 찾는다고 한다. 사진=한승곤 기자

서울 창신동에 있는 한 완구점.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레고' 마니아, '슈퍼마리오' 마니아, 성인들이 종종 완구점을 찾는다고 한다. 사진=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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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들의 선택을 받아 매출이 상승한 대표적인 사례는 SPC삼립에서 출시한 포켓몬 빵이다. 이 빵에는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있어 포켓몬 덕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SPC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출시된 포켓몬빵은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개 팔렸다. 같은 해 12월 기준으로 1억개 이상 판매됐다.


한 봉지에 1500원인 포켓몬 빵이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6배가 넘는 1만원대에 팔리는가 하면, 띠부띠부씰은 덕후들 사이에서 4만~5만원에 거래될 정도였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포켓몬 호빵(소불고기호빵·호두단팥호빵)은 출시 3주 만에 300만개가 팔렸으며, 지난달 출시된 '산리오캐릭터즈' 캐릭터 기반의 산리오빵은 출시 1주일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개를 기록했다.

또 AK플라자 홍대 쇼핑몰의 경우 작년 5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테마로 구성한 피겨 판매샵, 게이머 전문샵 등으로 구성된 '대원미디어' 등을 입점시키며 덕후들의 성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덕후들 사이에서는 '오픈런'이 벌어졌을 정도였다. 오픈 첫 주말에만 무려 1만4000명이 매장을 찾았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일본 거대로봇물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건담 마니아인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저는 건담을 좋아해, 크게 감동은 없었지만 '원피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당시 매장은) 큰 화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건담을 주제로 팝업스토어 등이 열린다면 바로 갈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에 힘입어 '슬램덩크' 만화 단행본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되어 있는 슬램덩크 만화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흥행에 힘입어 '슬램덩크' 만화 단행본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되어 있는 슬램덩크 만화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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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덕후노믹스' 현상과 관련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도쿄무역관은 지난 2021년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일본 오타쿠 시장 '톱 3'로 꼽는 애니메이션·게임·만화 분야 소비 규모가 연간 4조엔(한화 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배경에는 달라진 시대 상황도 있다. 보고서는 "1980년대에는 애니메이션·게임·만화 등 이질적인 취미를 가진 특이한 사람들로 치부됐던 '오타쿠' 용어가 40년이 지난 지금은 세대·성별에 관계없이 개인의 취향을 깊게 추구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덕후노믹스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으며, '팬덤 소비'가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덕후노믹스', '팬덤 소비' 등 이런 현상은, (하나의 현상이 아닌) 정착 단계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사실 극장만 봐도, 일종의 팬덤 소비다. 최근에 흥행에 성공한 슬램덩크,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가오갤3)'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영화다. 가오갤3의 경우 '마블 팬덤'이 결집해 흥행한 요소가 강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게 팬덤 소비가 일어나면, 다른 분야로 확산하며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질 수 있어, 이런 형태의 소비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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