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환경·성차별 등 '탈일본' 바람
달러 환산 소득 OECD 38개국 중 24위

일본인들이 낡은 관습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거처를 해외로 옮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일본 온라인매체 쿠리에 재팬은 지난달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 실린 '낡은 인습에 지쳐 조국을 떠나려는 일본인들'이라는 제목의 도쿄 특파원 발 기사는 번역해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의 해외 구직 정보업체 GJJ해외취업데스크는 외국에서 직장을 찾으려는 일본인들의 구직정보 문의가 전년 대비 1.5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장년층 이상의 문의도 늘었다고 전해진다. 관계자는 "이전에는 40세 미만의 명문 대학 졸업자들이 (지원자의)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50·60대 지원자들도 있다"라고 밝혔다.


임금 3% 올려도 실질 임금 '-0.2%'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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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몽드는 지난해 초 친구의 소개로 일본을 떠나 호주에 정착한 미즈노 유키(26)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즈노는 시드니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주일에 4일 일하며 월 40만엔(약 385만원)가량을 벌고 있다.

미즈노는 "일본에서 지금과 똑같은 일을 했다면 월수입이 19만엔(약 183만원) 정도일 것"이라며 "생활도 이곳이 더 편리하다"라고 전했다.


후지타 히데미(28)도 시드니로 이주해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다. 수입은 일본의 2배인 80만엔으로 뛰었다. 또 후지타는 "일본인 특유의 예의 바름과 성실함을 인정받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매체는 "일본인들이 해외로 나가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이라며 "일본에서는 1980년대 말 버블 경제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했고, 1990년대 이후 임금 수준이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달러 및 유로 대비 엔화의 가치가 급락했다. 세계 3위 경제 대국인데도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는 열패감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일본의 달러 환산소득은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으로 2021년 일본의 평균 급여는 3만 9711달러(약 5300만원)로 38개 회원국 중 24위이다. 미국(7만 4738달러·약 997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 대기업들은 올해 봄철 임금협상에서 3%에 가까운 인상을 약속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이지만,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오르기는커녕 0.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열악한 노동환경·더 열악한 여성과 성 소수자의 삶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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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몽드는 "소득 문제와 함께 '더 나은 워라밸'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조건에 대한 갈증도 해외 이주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 기업의 경우 평일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 그리고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주 40시간'이라는 근로시간 상한이 있지만, 많은 경우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실제 휴가로 절반 이상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또 "1년간의 육아휴직을 받기도 쉽지 않다. 여성에게 임신은 경력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너무 불평등한 사회로부터 탈출을 위해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짚었다.


이즈미 사카모토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원은 "성평등 조사에서 116위를 기록한 일본에서 여성과 성 소수자들이 (해외로) 떠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라고 말했다.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에 환멸을 느껴 20여년 전 일본을 떠났다는 그는 "일손 부족 때문에라도 여성 근로가 장려되고 있지만, 일본 정치인들은 여전히 여성은 집에서 아이와 노인을 돌보기를 원한다"라고 지적했다.


남성보다 학업성적이 더 뛰어난 여성이 얻을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해외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뜻이다.


"'탈일본' 위험성이 '일본 잔류'보다 낮을 수도" 경고도
1945년 8월 6일 투하된 원자폭탄 피해의 참상을 알리는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서 지난 18일 관람객이 투하 당시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45년 8월 6일 투하된 원자폭탄 피해의 참상을 알리는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서 지난 18일 관람객이 투하 당시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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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사히신문은 지난 1월 일본 외무성 통계를 인용해 "2022년 10월 1일 현재 해외 영주권자가 역대 최고치인 55만 7000명에 이른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학이나 해외 파견근무 등 장기체류자가 감소했지만, 더 나은 생활과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난 사람을 중심으로 영주권자가 전년 대비 약 2만명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14만명 증가한 수치다.


고가 시게아키 경제산업성 고위 간부 출신의 시사 평론가도 현지 매체에 '일본 대탈출! 엑소더스 원년'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올해가 일본 청년층의 '해외 탈출'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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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평론가는 "낮은 임금,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의 횡행, 비정규직 및 여성에 대한 차별, 연금 체계의 붕괴 우려, 애초부터 일본 경제에 내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 그런데도 일본에 남아 고령자를 떠받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라며 "'일본 탈출'의 위험보다 '일본 잔류'의 위험이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라고 경고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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