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부장검사의 금융감독원행은 이례적 행보였다. 금감원 설립 이후 검찰 출신이 원장 자리에 앉은 첫 사례였다. 이복현 금감원장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초기인 지난해 6월 '측근 인사'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인사를 감행한 건 현직 시절 경제금융 수사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검사 이복현'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호불호가 갈렸지만 대중의 기대도 다르지 않았다. 과거 정부 금감원장들은 존재감이 떨어지거나, 채용 비리나 외유성 출장 등 구설에 올라 불명예 퇴진한 사례가 많았다. 야권에서는 이복현 원장을 겨냥해 '측근 인사'라며 연신 때려댔지만, 국민들 눈에는 이른바 '엘리트 검사'로 평가받던 그가 금감원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이 원장은 법조계에서 흔치 않은 경제학과 출신이다. 검사 시절 론스타 사건(2006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2010년), 삼성그룹 노조파괴 공작 등 부당노동행위 사건(2017년) 등 굵직한 사건을 도맡았다. 특히 지난 정권 교체 과정에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팀에 합류, 불법적 승계 과정을 샅샅이 훑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구속하는 등 까다로운 경제금융 분야 수사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해 4월 퇴직 당시 검찰 내부에 올린 글에서 '검수완박'을 비판하면서 경제학자 케인스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마치 금융당국자로서의 자신의 행보를 내다본 것처럼 말이다.
그랬던 그가 국민적 관심사인 주가 조작 사건이 터진 후에는 정작 존재감이 희미하다. 경제사범을 때려잡던 '검사 이복현'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피감 기업들과 해외 출장을 떠나 기념 촬영한 사진이 더욱 회자된다. 증권가에서는 왜 금융위원장이 가야 마땅한 자리에 금감원장이 갔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를 지적하자 여당은 이 원장을 감싸기 급급했다. 과거 정치인 출신 금감원장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수년에 걸친 주가 조작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금융당국과 여전히 금융범죄에 취약한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 주춤하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1년 만에 흑...
이 원장은 곧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공교롭게 총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여의도에서는 '정치인 이복현'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실제로 그가 출마할지는 알 수 없지만 출마설이 끊임없이 도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눈엔 달갑지 않다. '사상 첫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성과는 무엇으로 기억될까. 자칫 화려했던 타이틀만 남진 않을까 우려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