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76.3% "내 능력으로 자가 마련 불가능"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모씨(30·여). 취업을 위해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매번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 탈락하며 취준생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야 하나 싶어 학원을 알아보다가 만만치 않은 수강료에 발걸음을 되돌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지인들로부터 가끔 들어오는 일을 하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으나 늘 적자에 시달린다. 매달 5일이면 내야 할 원룸 월세가 부담스러워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전셋집을 알아볼까 고민했지만, 이마저도 최근 불거진 전세 사기 대란에 포기해야 했다. 김씨는 미래가 불투명한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위기의 청년들…“나는 교육·주거 빈곤층, 희망이 없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취업난과 높아져 가는 집값에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자조 섞인 호소는 사회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전국 만 19~34세 청년 4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Ⅱ’ 주요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2%는 자신 명의의 집(자가)을 취득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가 80.7%로 가장 높았고, ‘자산 상승을 목적으로’(9.3%), ‘결혼을 하기 위해서’(6.0%)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청년들은 자신의 소득만으로는 자가 마련이 불가능하다면서 부모의 지원이 필수라고 답했다. ‘자신의 소득만으로 주거 마련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불가능’이라고 답한 청년이 76.3%로 다수를 차지했다. ‘자가 마련 시 부모의 자금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대답한 이들도 76.9%였다.


또한 이번 조사 가운데 대학 및 대학원 재학·졸업자인 35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0.8%가 대학에서 정규교육 외에 진로 준비를 위한 상담 등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교육 기간 중 정규교육 외에 학원 등 사교육을 통해 진로 준비를 한 경우가 30.0%로, ‘취업·고시 준비’(42.9%), ‘자격증 준비’(31.4%), ‘학교(전공) 교육의 보완’(11.9%) 등이 그 이유였다.


아울러 청년 3명 중 1명은 자신을 교육이나 주거 환경 등에서 ‘빈곤층’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27.8%가 자신을 교육 빈곤층으로, 31.3%가 주거 빈곤층이라 답했다.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이나 훈련을 제대로 못 받은 교육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계속된 경제난으로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청년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형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의 삶의 전반적인 분야에서 다양한 결핍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고용동향’에서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3만7000명 줄어들면서 2021년 2월(-14만2000명)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6개월째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AD

김 연구위원은 “청년에게 빈곤은 단편적으로만 보면 취업이 되면 해소되는 것으로 여겨왔지만, 청년 취업난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청년의 삶의 다차원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 지원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